사문화된 관세법 338조 근거로 활용
새로운 관세체계·부과방식 놓고 내부 이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내달 2일 예고한 상호관세를 2단계로 나눠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세 정책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관세 부과 명분을 법 조항에서 구해 긴급 권한을 동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상대국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법 조항을 행사해 긴급 관세를 바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논의 중인 방안에는 연방법 301조를 근거로 교역 상대국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고, 1930년 관세법 338조나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를 사용해 관세를 즉시 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338조의 경우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조항으로, 이를 바탕으로 관세를 매길 시 무역파트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앞서 로이터 통신도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이 조항을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역국들이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한다고 불평하며 대미 관세율을 바탕으로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는데, 관세율 산정을 위한 조사 결과와 별개로 긴급 권한을 행사해 일시적으로 관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다.
사문화되다시피 한 법률 조항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지만 실제 부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 부과를 경고했고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상호관세 등도 예고했으나 실제 관세가 부과된 경우는 중국과 철강, 알루미늄뿐이다.
동시다발적 관세 폭격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과부하 상태에 걸려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8일 "미 정부 내부에선 4월2일까지 시간이 촉박해 상호관세의 전면적 시행까지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미국 포브스는 이날 FT 보도내용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망설이는 것은 그의 행정부가 이러한 광범위한 조치에 대한 강력한 법적 기반을 모색하고 2단계 접근 방식을 취한 결과일 수 있다"고 짚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2일 수입 차량에 관세를 즉시 적용할 수 있으며 1기 무역전쟁 당시 중단된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국가 안보 연구도 재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동차 관세가 "향후 며칠 내로" 발표될 수 있다고 말했다.
FT는 또 최근에 논의됐으나 채택 가능성이 희박한 방안으로 1974년의 무역법 122조를 거론했다. 이는 미국이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일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부과 시기 등을 놓고 말을 바꿔 시장에 혼란을 초래해왔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며 "멕시코, 캐나다와 같은 동맹국에 파괴적인(devastating)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업의 집중적인 로비에 부딪혀 몇 시간 만에 관세를 철회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예외는 없다'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가 상호 관세 발표 시기가 다가오자 "많은 국가에 면제를 줄 수도 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교역국들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도 상당수 나라에 면제를 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 같은 엇갈린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새로운 관세 체계와 집행 방식을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FT는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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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7월 '미 행정부 관세정책의 국내법적 근거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제338조(1974년 무역법), 제122조 등은 미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정책의 근거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미 행정부가 관세 조치를 시행하는 경우 사법적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 강화 가능성을 주시하며 우리나라 대외무역정책의 재설정 및 면밀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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