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 베네수엘라 국적자 200여명 추방
엘살바도르 '세코트' 갇혀…추방 이유 보니
"적법 근거 없이 문신 보고 결정" 주장 나와
미국 정부가 특정 문신을 한 사람을 갱단원으로 간주하고 추방 대상자로 선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연합뉴스는 23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일간 '라프렌사그라피카' 등 현지 매체를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미국에 있던 베네수엘라 국적자 200여명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하면서 이들이 국제 마약 밀매·폭력 집단인 '트렌 데 아라과'와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제 마약 밀매 집단인 트렌 데 아라과는 지난달 미국 국무부가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한 갱단 8곳 중 하나다.
그러나 추방된 베네수엘라 국적자들의 변호인은 "이들이 실제 갱단원이거나 갱단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적법한 증거를 미 당국에서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추방자의 경우 '트렌 데 아라과와 연결돼 있다'는 미 당국의 판단 근거가 "몸에 왕관, 꽃, 안구(눈) 같은 디자인의 문신을 한 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즉 적법한 근거 없이 문신을 보고 추방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베네수엘라의 프로 축구 선수였던 레예스 바리오스가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한 추방 명령 무효 청구 관련 재판 서류를 보면, 미 국토안보부(DHS)는 범죄 이력이 없는 바리오스에 대해 "왕관, 축구공, 디오스(스페인어로 하나님이라는 뜻) 등 문양의 문신을 팔에 새긴 것"을 '갱단원 증거'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스페인 프로축구(프리메라리가) 명문 팀인 레알 마드리드의 로고를 본뜬 것이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베네수엘라 추방자의 경우 왼손에 있는 '장미 꽃잎' 문신이 갱단원으로 인식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그는 이 문신을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멋지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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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국적자들은 중남미 최대 규모 수감 시설인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갇힌다. 국제 인권 단체에 따르면 세코트 수용자들은 가족 및 변호사와 연락할 수 없으며, 법정 출석 대신 온라인 형태로 공판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백명이 한 재판 사건의 피고인으로 묶이는 상황도 허다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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