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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못 박은'4할 타자'의 영원한 실종 [AI오답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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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더이상 나오지 않는 4할타자
기술 향상과 표준 편차 감소 영향
'기술의 역설' AI시대엔 더욱 심화

편집자주실패를 살펴보는 것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AI오답노트'는 AI와 관련한 제품과 서비스, 기업, 인물의 실패 사례를 탐구합니다.

야구에서 '4할 타자'는 사라졌습니다. 야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타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4할(0.406)을 기록한 게 1941년입니다. 이후 1943년 조시 깁슨(Joshua Gibson)이 4할을 기록한 후 150년이 넘는 MLB 역사에서 4할 타자는 나오지 않고 있죠.


요즘 타자들의 실력이 떨어졌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이렇게 분석합니다.


"MLB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는 선수들의 기량 저하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선수들 전체적인 기량 향상과 표준 편차의 감소 때문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포함한 기초 체력 증진을 포함해, 각종 투구법이 개발·진화하면서 투수들은 더 강력해졌습니다. 수비 전술은 정교하고 세밀해졌죠. 게다가 데이터 분석은 어떻고요.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예전에 비해 더할 나위 없이 향상되었습니다. 즉, 투수와 수비수의 실력이 향상되고 야구 전체의 전문화가 발생하면서 선수들 간의 실력 차이가 줄어들어 극단적인 성적(4할 타율)이 나오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입니다.


테니스나 바둑보다 야구가 역전이 잦은 이유
AI가 못 박은'4할 타자'의 영원한 실종 [AI오답노트] 진화생물학자이자 야구팬이었던 스티븐 제이 굴드는 책 '풀하우스'에서 4할 타자의 실종 이유를 분석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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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간 비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어떤 스포츠에서는 실력만 좋다면 거의 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테니스나 바둑(혹은 체스)을 보면, 세계 최정상급 선수와 중간급 선수의 대결에서는 이변이 드뭅니다. 체스의 경우, 랭킹지표라 할 수 있는 ELo 레이팅 차이가 200점 정도 나면, 상위 선수의 예상 승률이 약 75%에 달한다고 합니다. 테니스나 바둑은 상대적으로 운의 개입이 적고, 실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종목이라 볼 수 있는 것이죠.


마이클 J. 모부신(Mauboussin)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겸임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기술의 역설'로 정의했습니다. '모두의 기술(실력)이 좋아지면, 운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이죠.


AI라는 변수 : 모든 것이 상향 평준화된다면
AI가 못 박은'4할 타자'의 영원한 실종 [AI오답노트]

기술의 역설은 AI시대를 맞아 더욱 절묘한 역설이 되고 있습니다.


AI는 상품, 기술, 서비스 등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한때 혁신적이던 기술이 이제는 누구나 쉽게 활용하는 공통 기반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싸고 성능 좋은 AI'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각종 스타트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도 ‘싸고 좋은 AI’를 자신의 서비스 개선에 접목시키고 있죠.


싸고 성능이 뛰어난 AI 등장, 이어지는 AI의 확산은 산업 현장을 바꾸고 있습니다. 기술 격차가 컸던 분야도 점점 실력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이죠. 즉 운이나 다른 요소의 상대적 중요성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번역 서비스 산업이 대표적 사례일 겁니다.


한때 뛰어난 인간 번역가는 범접하기 어려운 실력으로 경쟁자를 압도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계번역(AI 번역) 툴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구글 번역, 딥엘(DeepL) 등의 신경망 기계 번역(NMT) 시스템이 보편화된 이후, 번역 업계에서는 번역 초안을 AI가 만들고 사람은 교정만 하는 포스트에디팅이 주요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죠,


이제 평범한 번역가도 AI의 도움을 받아 최고 수준에 버금가는 번역 초안을 쉽게 만들어냅니다. 번역물을 활용(구매)하는 입장에서도, 누구에게나 저렴하게 AI 번역을 맡길 수 있게 됐죠. 결과적으로 번역 품질의 격차가 줄어들고 차별화가 어려워진 겁니다.


기술의 역설 : 모두가 뛰어나다면…'운'의 영향력이 커진다
AI가 못 박은'4할 타자'의 영원한 실종 [AI오답노트] LTCM은 살로먼 브러더스의 유명 채권 트레이더였던 존 메리워더가 창업했다. 노벨 경제학상까지 수상한 마이린 숄즈 교수 등 저명한 학자들도 대거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당시 열광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AI의 도입은 기술과 실력의 전반적인 향상을 가져오지만, 역설적으로 개별 기업이나 개인 입장에서는 상대적 우위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모두가 AI를 활용하면 그것은 기본값이 될 뿐,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니게 되죠. 예전에는 기술에서 한 수 앞선 자가 모든 걸 가져갔다면, 이제는 기술을 갖추는 것 자체는 출발선일 뿐입니다.


결국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다른 전략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자칫 운의 영향력을 잘못 이해하면 큰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운을 통제해볼까?'라는 생각의 함정
AI가 못 박은'4할 타자'의 영원한 실종 [AI오답노트] 움직이는 주사위. 게티이미지뱅크

기술이 상향 평준화 됐으니 '운'을 통제하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실력이 비슷하니, 운만 제대로 관리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죠.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금융 역사상 가장 악명높은 사례가 있습니다.


1990년대 월가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주축이 돼 정교한 수학 모델로 시장의 수익률을 압도하겠다는 야심을 품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과거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한 알고리즘으로 리스크를 예측하고 피해 갔죠. 그렇게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초기 몇 년간 연 40%에 가까운 경이적인 수치를 보여줬죠.


하지만 1998년, 예상치 못한 러시아의 국가부도 사태라는 사건이 터지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극단적 시장 변동은 고려하지 않았던 탓에 순식간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불과 석 달 만에 수십억 달러 손실을 내고 파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결국 세계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월가 은행들이 모여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간신히 LTCM을 구제해야 했죠.


이들은 첨단 금융공학으로 운과 위험을 완벽히 관리할 수 있다고 착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LTCM가 자랑하던 슈퍼컴퓨터는 제한된 데이터만을 갖고 있었고, 상상 못 한 변수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운의 영역, 즉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한 전략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들이 늘 존재하는데, AI로 기술격차가 줄어든 시대에는 작은 변수도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기술력과 역량 확보는 물론 중요합니다. 다만, 최고와 최고의 대결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운이 나쁜 날은 질 수 있다는 것을 스포츠가 보여주듯,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AI시대, 달라진 '기술과 운'의 방정식 : 다윗과 골리앗
AI가 못 박은'4할 타자'의 영원한 실종 [AI오답노트] 손 위에 올려진 5개의 돌을 그려달라고 명령하자 AI가 생성한 이미지. DALL E·3

이제 경쟁의 무대는 마치 예측 불가능한 승부가 펼쳐지는 야구장처럼 변했습니다. AI로 인해 ‘기술의 역설’이 더욱 심화된 시대, 그렇다면 우리는 ‘운’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앞서 살펴봤듯 '운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은 오만입니다. 오히려 운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성서 속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 힌트가 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 엘라 골짜기에 이스라엘 군대와 블레셋 군대가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블레셋의 거인 전사 골리앗은 2m가 넘는 키에 두꺼운 갑옷을 입었죠. 그는 무적의 존재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골리앗을 무찌르겠습니다!"


어느 날, 어린 양치기 소년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겠다고 나섭니다. 이스라엘 왕은 다윗에게 자신의 갑옷과 검을 쥐여주죠. 하지만 소년의 몸에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여기서 다윗은 결정적인 전략적 선택을 합니다. 그는 몸에 맞지 않던 갑옷을 벗어 던집니다. 대신 자기에게 익숙한 양치기의 도구를 무기로 택합니다. 시냇가에서 주운 5개의 매끄러운 돌이죠.


모부신 교수는 다윗의 선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경쟁 상황에서 운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자신이 강자일 때는 게임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약자라면 게임을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윗은 힘의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습니다. 그건 골리앗에게 유리한 게임이었죠. 그래서 다윗은 골리앗에게 유리한 게임 규칙을 따르지 않기로 한 겁니다. 골리앗이 다윗을 조롱하며 접근할 때, 다윗은 달려가면서 돌을 날립니다. 돌은 골리앗의 이마를 정확히 맞히고, 거인은 쓰러집니다. 다윗이 골리앗의 검으로 그의 머리를 베는 순간, 역사는 새롭게 쓰여집니다.


AI가 못 박은'4할 타자'의 영원한 실종 [AI오답노트] 성서 속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단순하게 묘사해달라고 명령하자 AI가 출력한 그림. DALL E·3

기술력의 차별화가 어려워진 시장에서, 기업은 바로 이 '다윗 전략'을 따라야 한다고 모부신은 강조합니다. 거대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지 말고, 파괴적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게임의 규칙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기술이 평준화된 시대에는,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와 방향 설정 능력이 핵심 경쟁력입니다. 다윗처럼 전략을 바꾸는 민첩함이 필요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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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운과 실력은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인 관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하죠. 기술과 실력을 충분히 준비한 상태에서 운의 흐름을 타야 합니다. 실력으로 기본을 다지고, 운을 인정하되, 유연함과 민첩함으로 판을 바꾸는 것. AI로 인한 기술 평준화 시대에 실패를 최소화하는 방법일 겁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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