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백화점 휴업일수 1위
쓰 마쓰비시 백화점
직원 교대 적어 단골손님 많아
지역 고객 밀착 전략으로 승부
장기 불황으로 백화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일본에서 오히려 흑자전환에 성공한 지방 백화점이 화제다. 매출 증대를 위해 영업일을 늘리는 일반적인 전략과 다르게 오히려 휴점일을 늘려 여유로운 고객 대응을 가능하게 한 것인데, 일본에서도 독특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최근 독특한 영업전략의 성공사례로 소개한 미에현 중부 쓰시 인근에 있는 '쓰 마쓰비시 백화점'은 일본 백화점 중 가장 휴업일이 많다. 이곳은 1955년에 설립돼 현재까지 영업 중인 지방 백화점이다.
23일 일본 백화점 조사 연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78개 사 174개 점포 중 쓰 마쓰비시 백화점은 연 휴업일 28일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군마현 다카사키시의 스즈란 백화점(21일), 3위는 구마모토현의 쓰루야 백화점(13일)이었다. 수도 도쿄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처럼 월 1회 백화점 정기 휴무일이 없기 때문에 세이부 백화점 이케부쿠로 본점은 연중무휴, 이세탄 신주쿠 본점과 미쓰코시 니혼바시 본점은 연 1회 휴업한다.
쓰 마쓰비시 백화점이 이렇게 휴업일을 늘리게 된 것은 1993년 경영난에 직면하면서부터다. 당시 쓰 마쓰비시 백화점은 증축 공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부채를 지게 됐고, 2003년에는 정부 산하 산업재생기구의 지원으로 회생절차를 밟기도 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쓰 마쓰비시는 대형 백화점 체인 다이마루에서 사장을 영입했고, 휴업 일수를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영업해 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영업일이 늘어났는데도 불구, 정반대의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영업일을 늘리면서 점원들의 근무 교대가 기존과 달라졌고, 이 때문에 '항상 이 시간대 있던 점원이 어디 갔느냐'며 고객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 중소 백화점으로 지역민과 밀착돼있었던 특색이 사라지면서 나온 지적이다.
2003년 당시 쓰 마쓰비시의 매출액은 86억2100만엔(839억7370만원)이었으나, 휴업일을 줄인 2004년은 84억4000만엔(822억1000만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후 쓰 마쓰비시는 매장이 문을 열고 있더라도 고객이 편안해하는 직원이 없는 상황이 생기느니, 차라리 고객 한명 한명을 신경 쓸 수 있게 매장 전체를 쉬게 하자는 전략으로 선회한다. 2005년부터 다시 휴업 일수를 23일로 늘렸고, 그 결과 매출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휴업일을 28일로 더욱 확대했고, 팬데믹이 막 끝난 2023년도에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고객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방 백화점이 꾀하기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정기휴업일이 자주 있으니 직원들이 많이 교대하지 않아도 되고, 이렇게 되면서 '단골 손님과 점원'의 관계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백화점 단골들은 점원에게 개인적인 고민이나 가정사를 털어놓을 정도로 관계가 가깝다"라고 전했다.
쓰 마쓰비시는 이를 적극 활용해 다른 사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근 미에현 남부, 기후현에 백화점이 없는 지역을 대상으로 해외 브랜드 가방, 액세서리, 그림 등을 중형 버스로 직접 운반해 판매하는 출장 영업을 시작했다. 12월부터는 전국 50여개 출판사가 엄선한 책들을 진열한 서점을 백화점에 오픈하기도 했는데, 고객들은 매장 내 직원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를 수 있다. e-커머스 등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는 속에서 대면 서비스의 가치를 고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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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무라 나오즈미 교수 일본경제대 교수는 "지방 백화점은 도시와 달리 타지에서 오는 고객의 수요가 적고, 이용객의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다"며 "(쓰 마쓰비시 백화점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업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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