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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가짜잖아"…'플라스틱'이라 놀림받은 샛노란 치즈 [맛있는 이야기]

시계아이콘02분 18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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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아메리칸 치즈 탄생사
'진짜 치즈'를 끓여 만든 가공 유제품
저온 살균으로 유통기한 길어 북미에 유통
'플라스틱'이라는 부정적 꼬리표 달기도
잘 녹는 성질 덕분에 세계적 아이콘으로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햄버거 패티 사이에 낀 노란색 치즈는 사실 자연 치즈가 아니다. '아메리칸 치즈'라고 불리는 노란색 치즈는 우유를 숙성해 만든 자연 치즈를 원료로 한번 더 가공해 만든 유제품이다. 미국의 식품 발명가가 개발한 아메리칸 치즈는 북미 대륙은 물론 유럽, 아시아에까지 저렴한 유제품을 보편화 하는데 일조했지만, 동시에 '가공식품'이라는 꼬리표와 싸워야 했다. 심지어 원산지인 미국에서도 한때 '플라스틱'이라며 놀림 받던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진짜 치즈를 갈고 끓이고 소독…'아메리칸 치즈' 탄생사

"이건 가짜잖아"…'플라스틱'이라 놀림받은 샛노란 치즈 [맛있는 이야기] 햄버거 패티 위의 아메리칸 치즈.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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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치즈는 미국의 식품 대기업 크라프트 푸드가 1916년 제조 특허를 취득한 가공 유제품이다. 당시부터 꾸준히 생산돼 현재는 사실상 제품명이 보통명사로 취급될 만큼 유명해졌다. 아메리칸 치즈는 치즈 자체로 섭취하기도 하지만, 샌드위치나 햄버거 속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성분표에 표기된 '아메리칸 치즈'는 대부분 크라프트 푸드의 아메리칸 치즈를 뜻한다.


지금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브랜드가 됐지만, 사실 아메리칸 치즈의 시작은 '모조 제품'에 가까웠다. 아메리칸 치즈의 뿌리는 영국의 자연 치즈인 체다에서 찾을 수 있다. 19세기 북미 대륙을 개척했던 영국인 모험가들은 미국 땅에서 체다를 만들었는데, 덕분에 20세기 초에도 체다는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치즈였다.


1906년 크라프트 푸드의 창립자인 제임스 L. 크라프트는 미국 시카고시에서 이런 자연 치즈를 유통하는 도매업을 시작했다. 사세가 확장하면서 크라프트는 치즈를 이용한 '가공 유제품' 공법을 발명했는데, 바로 체다를 갈아 유화제 등 여러 재료와 혼합하고 액체가 될 때까지 끓인 뒤, 저온 살균 공정을 통해 다시 굳혀 치즈 모양으로 재가공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색소를 첨가해 더욱 샛노란 색상을 띄게 했다. 이 '가공 유제품'이 바로 아메리칸 치즈다.


저온으로 살균한 유제품인 아메리칸 치즈는 체다보다 훨씬 유통기한이 길었다. 광활한 미 대륙을 누비며 제품을 유통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특히 군인들의 전투 식량으로 쓰기에도 적합했다. 크라프트의 아메리칸 치즈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과의 정식 군납품 계약으로 대량 생산됐으며,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치즈의 고향 유럽 대륙으로 수출됐다.

군인들 애용한 고마운 유제품…그러나 '플라스틱'이란 오명도

"이건 가짜잖아"…'플라스틱'이라 놀림받은 샛노란 치즈 [맛있는 이야기] 치즈의 종류. 픽사베이, 아시아경제DB

아메리칸 치즈는 전쟁 중 군인들의 주요 유지방 공급원이었지만, 우유를 숙성해 만든 진짜 치즈가 아니라는 점에서 '가공 유제품'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심지어 아메리칸 치즈의 원산지인 미국에선 '플라스틱'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샌드위치나 햄버거 위에 올라간 아메리칸 치즈를 두고 "노란색 플라스틱"이라고 칭하는 건 자주 쓰이는 농담이다.


"이건 가짜잖아"…'플라스틱'이라 놀림받은 샛노란 치즈 [맛있는 이야기] 아메리칸 치즈 같은 가공 치즈는 일부 치즈 애호가들에게 '플라스틱'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한다. 페이스북 캡처

왜 하필 플라스틱일까. 이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아메리칸 치즈 관련 규정 때문이다. FDA는 아메리칸 치즈(공식 명칭 저온살균 가공 치즈)에 대해 "선택한 유제품 재료들을 균질한 플라스틱 덩어리(homogeneous plastic mass)로 만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다만 '플라스틱'이라는 용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업용 소재가 아니라, 단순히 '쉽게 모양을 바꾸거나 녹일 수 있는 성질'이란 뜻으로 쓰였다.


게다가 아메리칸 치즈는 '플라스틱'이었기에 지금 같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사실 자연 치즈는 가열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수분이 부족해 치즈가 제대로 녹지 않거나, 수분과 기름이 분리돼 층을 만들기 일쑤다. 반면 분쇄·가열·저온 살균 공정을 거친 아메리칸 치즈는 열에 녹으면 마치 흐르는 소스 같은 완벽한 수분기와 점성을 가진다. 덕분에 아메리칸 치즈는 햄버거, 샌드위치, 바비큐, 맥 앤 치즈 같은 식품들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치즈는 원래 인공적인 것…아메리칸 치즈도 훌륭한 치즈"

전문가들은 '가공식품'이라는 구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푸드 컨설턴트이자 과학을 접목한 조리법을 다룬 저서 '푸드 랩'의 저자인 J. 켄지 로페즈-알트는 레시피 전문 매체 '시리어스 이츠'에 기고한 글에서 "가공 치즈는 진짜 치즈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곤 하지만, 아메리칸 치즈도 분명히 훌륭한 치즈"라며 "게다가 자연 치즈라고 해서 아예 가공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모든 치즈는 숙성, 소독, 발효, 반죽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며, 치즈라는 식품 자체가 자연 상태엔 존재하지 않는 인공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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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가짜잖아"…'플라스틱'이라 놀림받은 샛노란 치즈 [맛있는 이야기] 1923년 제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창기 크라프트 아메리칸 치즈 포장. 시카고 박물관 아카이브

그러면서 "가공 치즈에 화학 물질이 첨가된다고 해서, 반드시 인체에 나쁘다는 뜻도 아니다. 어떤 화학 물질은 소량만으로 인체에 나쁠 수도 있고, 어떤 물질은 대량 섭취해야 나쁠 수도 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엔 잠재적 이점과 단점이 있고 이를 균형 있게 조절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며 "아메리칸 치즈엔 포화 지방이 많지만, 그건 다른 유제품이나 육류도 마찬가지다. 햄버거에 든 치즈를 가끔 즐기는 건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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