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추가한 배경이 두 달 뒤에야 파악됐다. 비상계엄 사태나 핵무장론 때문이 아니라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서 발생한 보안 관련 문제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말기인 지난 1월 이뤄진 조치를 국내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서야 뒷북 대응한 데다 주무부처가 어디냐를 놓고 좌충우돌하는 등 '정상 리더십 부재' 상태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18일 외교부는 전날 밤 9시께 언론 공지를 통해 "미측을 접촉한 결과,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킨 것은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알렸다. 앞서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미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 도급업체 직원이 수출통제 대상에 해당하는 정보를 소지한 채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다 적발, 해고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번 사안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사건은 보고 대상 기간인 2023년 10월~2024년 3월 사이 발생한 것이다.
뒤늦게라도 원인이 파악된 만큼 외교부는 향후 한미 간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민감국가 리스트 제외를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 현안 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 대행 왼쪽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다만 이번 사태가 지난 10일 국내 언론을 통해 처음 보도된 이후 정부 내부에서 부처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등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에너지부의 국내 카운터파트는 산업통상자원부다. 대처는커녕 원인 파악이 늦어지면서 비상계엄 사태나 핵무장론 등 각종 추측이 나와 외교부까지 책임론이 확산했다. 이를 의식한 듯 외교부는 언론 공지에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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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국가 리스트는 내달 15일 발효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사태 해결을 위해 이번 주 긴급 방미를 추진 중이다. 외교부는 "과거에도 한국이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됐다가 미측과의 협의를 통해 제외된 선례가 있다"고 밝혔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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