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스타디움 짓는 포스터 앤 파트너스
경기장을 160개 블록으로 나눠 조립
프리 팹으로 건설 기간·비용 잡는 게 목표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10만석 규모의 새 경기장 건설 계획을 내놨다. 완공되면 유럽 2위, 영국 1위 규모 스타디움이 탄생한다. 프로젝트를 수주한 영국의 건축설계사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파트너스)는 통상적인 경기장 건설 기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단 5년 안에 경기장 건설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파트너스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9만석 규모),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량인 프랑스 미요교(343m), 미국 애플 본사 캠퍼스 '애플 링' 등 초대형 하이테크 구조물을 설계했다. 파트너스는 어떻게 10만석 규모의 경기장을 단 5년 만에 세우려는 걸까.
10만석 새 경기장, 공사 기간 5년이 목표

영국의 명문 축구 클럽인 맨유는 이미 '올드 트래퍼드'라는 7만석 규모 경기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기장은 1910년 개장 이후 115년을 버틴 건물로, 더는 보수 공사 만으론 구조물을 지탱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새로운 경기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맨유의 공동 소유주이자 글로벌 화학 기업 '이니오스' 수장이기도 한 억만장자 짐 랫클리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새 경기장에 20억파운드(약 3조7400억원)를 투자하겠다"며 "세계 최고의 축구 경기장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새 스타디움은 10만석 규모로, 완공 후엔 스페인 바르셀로나 FC의 '캄 노우(Camp nou·10만5000석)' 바로 다음인 유럽 2위, 영국 1위의 거대 경기장으로 등극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경기장 프로젝트의 가장 야심 넘치는 부분은 공사 기간이다. 파트너스를 이끄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5년 안에 경기장 문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파트너스의 공식 성명에 따르면, 통상 10만석 규모의 스타디움을 새로 짓는 데 걸리는 기간은 10년 안팎(설계, 기반 공사 등을 포함)이다. 일례로 캄 노우는 현재 노후 인프라 보수 및 확장 공사에 착수한 상황인데, 원래 10만석이었던 캄 노우를 10만5000석 규모로 확장하는 데만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총 5년을 예상했다.
건물을 160개 블록으로 나눠 조립
건축가 노먼은 이번 맨유 스타디움 건설에 '프리 팹' 기술을 전격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프리 팹은 공장에서 건물 일부를 마치 부품처럼 찍어낸 뒤, 현장에 옮겨 완성된 구조물로 결합하는 방식의 공법이다. 현장에 건설 자재를 옮겨 건물을 쌓아 올리는 방식보다 건설 기간이 크게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맨유의 새 스타디움은 설계 단계부터 프리 팹을 염두에 뒀다. 아예 한 경기장을 160개의 '블록'으로 쪼개 설계하기 때문이다. 영국 전역에 퍼진 공장에서 각 블록을 제조하고, 완성된 블록은 실제 건설이 이뤄지는 장소까지 화물선으로 실어 나른다.
이 계획은 맨유 스타디움이 지어질 맨체스터라는 도시의 특수한 환경 덕분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어웰 강(River Irwell)'이 관통하는 맨체스터는 산업혁명 시절부터 지금까지 '맨체스터 선박 운하(Manchester ship canal)'를 가동하고 있다. 맨유 스타디움도 운하가 통과하는 물가 근처에 지어질 예정이기에 경기장 블록을 운송하기 쉽다.
'가격 부담 없는' 경기장 실현 목표
프리 팹 기술을 활용한 초대형 경기장 건축은 비용·환경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건설된 '런던 스타디움'도 프리 팹을 적용해 개장 이후 유지보수 비용을 아꼈다.
해당 경기장은 원래 좌석 수용 2만5000명 규모로 설계됐지만, 경기장 위에 프리 팹 공법으로 만든 좌석과 지붕을 층층이 쌓아 최대 8만석 규모로 확대할 수 있다. 경기장의 위층과 지붕 구조물은 고정 케이블을 분리해 철거할 수 있으며, 철거된 부분은 다른 경기장으로 운송해 재활용도 가능하다. 프리 팹 기술 덕분에 런던 스타디움은 올림픽 이후로도 유지보수 비용을 최소화하며 지속 가능한 운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맨유의 '조립식 경기장'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맨체스터시 또한 새 맨유 스타디움을 런던 스타디움 이상의 프리 팹 경기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 뜨는 뉴스
앤디 번엄 맨체스터 시장은 지난 11일 성명에서 "이것(경기장 건설)을 제대로 해낸다면 2012 런던 올림픽 경기장보다 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 비전은 축구 클럽의 전통에 충실하고, 누구에게나 가격 부담 없고,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경기장의 새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