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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실리콘 방패는 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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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첨단산업 현장 취재해보니
단교·지정학적 한계가 특유의 경계심 조성
파운드리 산업 성장의 원천 되기도

[초동시각] 실리콘 방패는 견고했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본사(모리스창 빌딩). (사진 =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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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을 유추할 만한 표현은 절대 쓰지 말아 주세요."


지난달 대만에서 만난 대부분의 취재원은 '익명'을 거듭 당부했다. 대만 현지인, 대만 기업에 몸담은 한국인도 마찬가지였다. 반도체 기업, 특히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는 더욱 그 문을 뚫기 어려웠다. 대만 TSMC 홍보팀에 공식적으로 취재 협조를 구했지만, 답은 '정중한 거절'. 두 달여간 여러 인맥을 동원하고 여러 차례 거절당한 끝에 몇 명의 취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언론과의 접촉은 은퇴자, 다른 업계로의 이직자들마저 꺼렸다. 대만 현지에서 근무하는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대만 하이테크 기업은) 전·현직을 포함해 접촉에 단 1%의 여지도 주지 않는다"면서 "기관장(사장)이 와도, 대사가 와도 못 만난다"고 단언했다. 또 "이곳의 첨단기업은 얼굴이 다른 TSMC라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TSMC는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 TSMC를 높여 부르는 말)인 동시에 호국군산(護國群山)"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뚫기 힘든 공동체가 형성돼 있고, 그 밖에서의 돌출행동은 끝까지 추적해 낙인을 찍는다는 것이다.


신주과학단지 바오산에 위치한 2㎚(1㎚=10억분의 1m) 반도체 생산 현장, 팹20 공사장을 찾아갈 때도 난관이 많았다. 택시 기사는 고속도로에 맞붙어 인도조차 없는 공사 현장을 가겠다며 이른 새벽 택시에 오른 외국인을 범상치 않게 여겼다. "간다고 해도 들어갈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앞에 머무를 수도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기사는 목적지로부터 1㎞가량 떨어진 곳에 승객을 떨궜다. 과학단지 내 택시 기사들은 TSMC와 대만에 대한 자랑을 곧잘 늘어놓곤 했는데, 그는 현장까지 가는 30여분 동안 질문에 대한 답 외엔 스스로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유난히 몸을 사리는 대만 기업과 관계자들의 태도를 이해하게 된 것은 대만 취재 사흘째가 돼서다. 그간 만난 10여명의 취재원은 이 '경계(警戒)'가 TSMC를 비롯한 현지 기업 설립과 성장의 원천이며, 그 대상이 한국일 경우 더욱 벽이 높아진다고 했다. TSMC는 왜 이렇게 벽을 칠까를 궁금해할 게 아니라, '주변국과의 단교로 외교가 어려운 섬나라'라는 지정학적 한계가 벽을 만들었고, 고립의 결과로 TSMC라는 기업이 탄생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했다. 엔지니어에 대한 경외, 기간 산업에 대한 존경심 같은 '한국엔 없는' 사회 분위기와 문화도 근간이 됐다.


교감 후 관계가 형성된 뒤에야 비즈니스를 거론하는 대만 특유의 성향도 그 배경 중 하나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전시회 '세미콘 타이완'의 지난해 참가기업 일부는 "내년에도 와야 할지 모르겠다"며 빈손으로 한숨을 쉬고, 나머지는 "이곳은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환호했다고 한다. 그 차이가 바로 이 '관계 형성' 여부이며, 한국은 아직 초입에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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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업계를 호령했던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 인수자로 TSMC가 거론되고 있다. 최근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에 공동투자를 제안하며 일종의 '미국 동맹' 모집에 나섰다고 한다. 이쯤 되면 대만의 견고한 실리콘 방패가 방어 도구에서 공격의 도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는 기우일까.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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