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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기술자에게 듣는다]①HD현대일렉 CTO "폭발에도 견디는 변압기가 美시장 1등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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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주 HD현대일렉트릭 CTO 인터뷰
"美고객 수요 부응한 변압기 다양화가 성공 비결"
초호황 전력기기 시장에 적극 대응
미국 내 생산기지 직접 구축으로 경쟁력 강화

편집자주한국 산업이 총체적 위기에 놓였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무역 갈등이 겹쳐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런 위기를 돌파할 열쇠는 결국 기술이다. 기술은 기업의 생명줄이자 존재 가치다. 기업들이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CTO들은 단순히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시장을 분석해 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전략가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경제는 국내 주요 기업의 CTO들을 만나 각 산업이 주목하는 핵심 기술과 차별화 전략을 들어봤다. 주요 기업의 기술 전략을 통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가치를 창출할 방안을 모색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국내 전력기기 업계 최초로 '1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북미 수출이 기록적인 10억 달러 돌파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 이런 성과는 까다로운 미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초고압 변압기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최고기술자에게 듣는다]①HD현대일렉 CTO "폭발에도 견디는 변압기가 美시장 1등 비결" 이찬주 HD현대일렉트릭 최고기술책임자(CTO·상무)가 11일 경기 성남시 HD현대글로벌 R&D센터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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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일렉트릭의 이찬주 최고기술책임자(CTO·상무)는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 R&D센터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테러 방지, 사이버 보안 등에 각별한 기술력을 요구하는 미국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전압·용량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 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초고압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먼 거리로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전압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바꾸는 장치다. 전압을 높이면 같은 전력을 더 낮은 전류로 보낼 수 있어 전력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같은 주요 시설은 테러나 사고 등으로 인한 전력 중단이 절대 허용되지 않아, 변압기의 폭발이나 사고 발생 시 안전하게 견딜 수 있도록 내폭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변압기 내부에서 폭발이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견뎌낸 뒤 압력을 서서히 낮춰 연결된 밸브를 통해 안전하게 방출하는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 이 같은 고도의 기술력을 확보한 덕분에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사양의 변압기를 맞춤형으로 제작하며 수주를 확대했다.


[최고기술자에게 듣는다]①HD현대일렉 CTO "폭발에도 견디는 변압기가 美시장 1등 비결" HD현대일렉트릭이 생산하는 초고압 변압기.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초고압 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제공

경쟁사들이 신규 제조시설을 구축하는 대신 기존 시설 인수 전략을 택한 것과 달리, HD현대일렉트릭은 초기부터 미국 내 제조시설을 직접 구축해 왔다.


신재생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BloombergNEF)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내에서 대형 전력 변압기(LPT) 생산능력 1위로 꼽힌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빠르게 증가하는 시장 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력기기 시장은 인공지능(AI) 산업 활성화와 데이터센터 건설 급증으로 초호황을 맞고 있다. 글로벌마켓 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미국 변압기 시장 규모는 2024년 12억 달러에서 연평균 7.7%씩 성장해 2034년 26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미국 내 전체 변압기의 70%가 교체 시기를 맞아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HD현대일렉트릭에는 절호의 기회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맞춰 기술 및 생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2년 4259억원 규모였던 북미 지역 매출은 지난해 1조62억원으로 급증했다. 미국 현지에서 중국산 제품이 사이버 보안 이슈로 인해 규제 대상이 된 것도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현지 공장을 증설해 관세 및 정치적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호황기일수록 기술 투자를 더 늘려 미래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HD현대일렉트릭의 경영 전략이다. 이 CTO는 "현재의 수주와 매출 확대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에 대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대폭 늘리고 있다"고 했다. 회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인 3조3223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액의 약 3% 수준인 약 100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시장 상황을 반영한 공장과 설비 투자뿐 아니라 미래 기술에 대한 선제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고기술자에게 듣는다]①HD현대일렉 CTO "폭발에도 견디는 변압기가 美시장 1등 비결" 이찬주 HD현대일렉트릭 최고기술책임자(CTO·상무)가 11일 경기 성남시 HD현대글로벌 R&D센터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제공

특히 '친환경'과 '고효율화'에 주목하고 있다. 북미에 이어 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하며 엄격한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기존의 육불화황(SF6) 절연가스를 친환경 물질로 교체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2만3000배에 달하는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육불화황(SF6)을 식물성이나 합성 절연유로 바꾸는 건 단순 가스 교체가 아니라 변압기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과정이다. 이 기술을 빠르게 확보해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탄화규소(SiC) 반도체'를 활용한 전력변환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같은 양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전기로 바꾸고 저장하는 데 꼭 필요하다.


회사는 이 기술을 활용해 '고성능 전력변환장치(인버터)'를 자체 개발 중이다. 인버터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가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게 변환해주는 장치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이 개발하는 '그리드포밍 인버터'는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신재생 발전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연결·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럽의 엄격한 환경 기준을 충족하면서 친환경 발전 사업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AI를 활용한 설계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변압기 설계에만 수개월이 걸렸지만, AI를 도입하면 수시간 내 최적의 설계안을 만들어 성능 검증까지 마칠 수 있다. 이 CTO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제적으로 투자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라며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등과 협력해 그룹 계열사 간 기술 연계도 활발히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시장의 성과와 대조적으로 중동 시장에서는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사우디 전력기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했지만 최근 중국산 저가 제품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특히 중동 국가들이 현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 관세를 높이면서 한국에서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으로는 경쟁이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현지 기업과 공동으로 공장을 세우는 방식 등 새로운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 CTO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현지 맞춤형 생산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 수출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도 현지 기업과 손잡고 생산시설을 세우는 조인트벤처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유도하고 있다.


[최고기술자에게 듣는다]①HD현대일렉 CTO "폭발에도 견디는 변압기가 美시장 1등 비결" HD현대일렉트릭 울산사업장 전경. HD현대일렉트릭 제공

원자재 공급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철강 등 핵심 원자재에서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영향이 반영되면서 중국 비중을 서서히 줄여나가야 할 것 같다"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중국과의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중동 현지 생산 확대와 함께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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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규제 강화 등으로 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정보와 규제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CTO는 "정부가 기업과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국책과제 예비타당성 조사 등에서 정부 규제를 완화해 기업이 연구개발에 더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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