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탈춤의 탈을 꼭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연출님과 지난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말씀을 드렸고 지금의 (탈 없는) 탈춤이 완성되는 과정 중에 있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이 오는 4월3~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신작 '미인'은 11개의 민속춤으로 구성된 공연이다. 부채춤, 강강술래, 북춤 등 전통춤 하면 떠오르는 춤이 망라됐다. 당연히 탈춤도 포함됐는데 안무를 맡은 정보경 안무가는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탈 없는 탈춤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의 기량이 뛰어나 그들의 움직임만으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안무가는 "탈을 쓰지 않는 이유는 굳이 직관적으로 무언가를 드러내지 않더라도 무용수들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운이 탈춤을 다 해석해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 지금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분명히 몸으로 모두 다 드러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무용단은 너무 훌륭한 무용수들이 모여 있는 단체"라며 "안무자로서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정 안무가는 지난해 Mnet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한국무용 코치로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현재 국내 무용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안무가다.
미인의 연출도 현재 한국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양정웅 씨가 맡았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연출했으며 연극ㆍ영화ㆍ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평소 국립무용단의 팬이었다며 처음 함께 작업할 기회를 얻어 영광스럽다고 했다. 양정웅 연출은 "미인이라는 작품을 통해 한국 무용과 한국의 미를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궁극의 미를 보여주기 위해 남자 무용수 없이 국립무용단 여성 무용수 29명만 무대에 오른다.
양 연출은 "무용으로 어떻게 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국립무용단의 여성 무용수들만으로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느껴지는 그 미인의 전형적인 모습만이 아니라 21세기에 어울리는 역동적인 새로운 신미인도을 제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정보경 안무가도 "한국 춤의 근원을 바탕으로 동시대적인 감각을 통해서 과연 우리의 미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고 되묻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인을 통해 새로운 미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총 2막으로 구성된 미인은 신윤복의 '미인도'를 연상시키는 여백의 미를 담은 무대로 시작한다. 실루엣으로 보이는 무용수의 독무를 시작으로 산조&살풀이, 부채춤, 강강술래, 북춤, 탈춤 등 여성 무용수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감상할 수 있는 11개의 민속춤이 60분 동안 빠른 전개로 펼쳐진다. 신윤복의 풍속화 '쌍검대무'에 등장하는 장검과 360도 회전하며 화려한 소리를 내는 단검이 짝을 이루어 대비되는 '칼춤', 여성 군무의 순수한 미를 담은 '놋다리밟기'와 '강강술래', 파워풀한 안무로 재해석한 '부채춤', 한국적 카니발을 모티브로 한 '탈춤' 등 동시대적 감각으로 해석된 한국의 아름다움이 조각보처럼 펼쳐진다. 2025년 국립무용단 청년교육단원 18명이 참여해 작품 속 보이지 않는 이면의 에너지 '흑자'로 분한다.
양정웅 연출은 "평소에 좋아하는 한국의 민속 무용 11개를 모았다"며 "일반 관객들이 조금 더 무용을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연출의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
양정웅 연출과 정보경 안무가 외에도 내로라하는 창작진들이 미인의 창작진으로 합류했다. 의상ㆍ오브제 디자인은 30여 년간 '보그 코리아'에서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K-패션의 아이콘이 된 서영희, 음악은 '범 내려온다'로 널리 알려진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리더이자, 드라마 '정년이' 음악을 맡았던 장영규, 무대디자인은 NCT127, 에스파(aespa), 아이브(IVE) 등 최정상 케이팝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 작업으로 주목받은 아트디렉터 신호승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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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건 국립극장 극장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연출, 안무 등 최고의 창작진들로 그야말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대표작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미인이 한국의 대표적인 작품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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