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삼양식품 시총, 2조3509억·6조7571억
언로킹 밸류 포함 투자자그룹, 공개서한
농심에 연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표 요구
2조2232억원 VS 1조5066억원.
국내 라면 업계 경쟁자인 농심과 삼양식품의 1년 전 시가총액이다. 선두 기업인 농심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뒤 농심과 삼양식품의 기업가치는 각각 2조3509억원과 6조7571억원으로 뒤바뀌었다. 농심 소액주주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농심의 익명 소수주주 '언로킹 밸류(Unlocking Value)'를 포함한 투자자그룹이 올 들어 농심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2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언로킹 밸류는 최근 농심에 연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표를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 공개서한이다.
언로킹 밸류는 "소액주주들과 농심 지분 0.95% 규모의 '투자자그룹'을 결성했다"면서 "공개적으로 알려진 소수주주 중 다섯 번째로 큰 규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내부거래 진단, 사업부별 수익성 공시, 영업이익률 목표 설정 및 경영진 보수와의 연동 등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안을 연내 공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심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없을 경우 이사회 진입도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투자자그룹 "1위 업체가 수익성은 꼴찌"
투자자그룹이 문제 삼은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업계 내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농심은 매출액 3조4387억원, 영업이익 16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0.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3.1% 감소했다. 농심은 내수시장 소비 둔화로 인한 판촉비 부담이 커졌고 환율 상승에 따른 재료비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농심 영업이익률은 4.7%다. 지난해 4분기 만을 따져보면 영업이익률은 2.4%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은 19.8%에 달했다.
투자자그룹은 경쟁업체인 도요스이산과 닛신 영업이익률은 각각 23.8%, 15.8%를 기록한 것을 거론하며 세계적인 브랜드를 바탕으로 강력한 시장 지위를 확보한 농심이 수년간 업종 내 최저 수준의 수익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투자자그룹은 "농심은 동일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경쟁사 대비 10분의 1 수준의 수익성을 보였다"면서 "국내 1위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기업이 동종기업 대비 대조적인 수익성을 보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실제 농심의 낮은 수익성은 주가에도 영향을 줬다. 농심 주가는 지난 한 해 동안 8.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과 도요스이산은 각각 254.2%, 47.9% 상승했다.
최대주주 지분율 높은 농심, 우선은 관망
농심은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투자자그룹의 실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데다, 보유 지분 역시 입증되지 않아서다. 이달 2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투자자그룹의 안건이 논의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상법상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주주 제안이 접수돼야 주총에서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자그룹이 주주행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만큼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심 최대주주는 농심그룹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로 지분 32.72%를 보유하고 있다.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동원 농심회장(42.92%)이다. 율촌재단(4.83%), 신상열(3.29%), 신동익(1.94%)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인 지분율은 44.25%에 달한다. 주주총회에서 일반 주주들과 표 대결이 벌어져도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을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한 셈이다.
2대 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지분 11.24%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자 그룹에 따르면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3.30%). 뱅가드 그룹(1.91%). 노르웨이 중앙은행(1.64%) 등이 있다.
농심 오너 일가의 높은 지분율과 최근 라면과 스낵 가격 인상은 소액주주의 요구에 대응하지 않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6일 농심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2022년 9월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주요 라면 및 스낵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주요 제품 17종의 출고가가 평균 7.2% 오를 예정이다. 제조 원가 상승과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반영한 만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 인상을 제외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운 농심이 비용을 줄이는 데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대목이다.
농심은 지난해 8월 수출 수요 확대에 따른 생산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1918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2026년 4월30일까지 부산 녹산수출 전용공장에 투자를 지속한다. 증설과 함께 마케팅 비용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소액주주 행동주의 캠페인 확산
소액주주 행동주의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마트와 롯데쇼핑도 지난달 소액주주들의 공개서한을 받았다.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는 966명의 소액주주(1.4% 지분)를 모아 이마트에 재무구조 개선,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 주주 소통강화 등을 제안했다. 액트는 주주제안 요건인 '6개월 이상 보유 지분 0.5%'를 모아 증빙 서류를 냈다. 이마트는 주총에서 안건을 상정할지 검토 중이다. 310명의 주주(0.75% 지분)는 액트를 통해 롯데쇼핑에 지배구조 개선 및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분 요건 미달로 이번 정기주총 안건 상정은 무산됐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 전체 주주제안 중 소액주주의 비중은 50.7%로, 2015년 27.1%에서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주 행동주의 확산에 따라 기업들은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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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뿐만 아니라 소액주주 연대까지 다수 행동주의 캠페인 발생하면서 주주환원과 기업 구조적 변화에 대해 요구하고 있다"면서 "대주주 지분율이 50% 미만으로 적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요구 수용 가능성이 높고, 주주환원율이 30% 미만인 기업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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