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전투기의 오폭으로 국민이 다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심지어 숙련된 조종사의 황당한 ‘좌표 입력 실수’가 원인으로 드러난 만큼 향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군은 당분간 대북 감시·정찰 등 필수 전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기 비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7일 공군에 따르면 박기완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약 30명 규모로 구성된 공군 사고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경기도 포천 오폭 사고 현장을 비롯해 문제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소속된 부대를 방문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고대책위는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상시 운영된다. 사고를 낸 전투기 조종사들은 비행 임무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다.
공군은 전날 이번 사고가 전투기 조종사가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의 전투기 조종사는 본인 항공기를 포함해 4대 항공기를 지휘할 수 있는 이른바 ‘4기 리더’에 해당하는 숙련급 조종사였다는 점에서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사고를 낸 두 대의 전투기는 각 1명의 조종사가 운용하는 ‘단좌’ 구조로, 두 대가 한 조를 이뤄 비행한다. 따라서 사고 과정에서 두 조종사 사이 어떤 소통이 오갔는지 음성기록장치를 통한 정황 파악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선호 국방부 직무대행도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대책회의를 긴급히 열고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공군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다만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는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연합훈련은 대부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기에 큰 영향이 없다"며 "야외기동훈련은 실사격 없이 진행되고, 포천 지역의 경우 해당 부대가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도 "미군과 한국군은 모든 실사격 훈련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며 "FS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어 "미 공군 항공기는 이번 (사고 발생)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는 사고 진상 파악과 피해복구 및 보상에 최선을 다하길 바라며, 군도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군사훈련 중 민간 피해 보상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오폭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피해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지금 뜨는 뉴스
한편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세계가 조선반도의 3월을 전례 없는 우려와 불안 속에 주시하고 있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며 "(한미연합훈련은) 곧 조선반도에 정세 악화의 폭풍을 몰아올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대응은 불가피하다"면서 "우리도 마땅히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을 갱신할 수 밖에 없다는 데 분명히 했다"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지난 4일 담화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사실상 도발을 예고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