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에 1000억달러 추가 투자
현재 자국 내 생산비중 90% 이상
대미 투자로 75~80%까지 감소 전망
대만 공장 몇 곳은 문 닫을 수도
대만의 ‘국보(國寶)’‘신산(神山)’ 등으로 칭송받는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 TSMC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후, 대만은 TSMC를 미국에 뺏길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점차 자국 내 생산 비중을 줄여나갈 것이 자명해 보이는 상황에서 결국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옮길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0일 대만 경제일보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류페이전 대만경제연구소 산업 총괄 데이터베이스 디렉터는 TSMC의 대미투자 계획 발표 직후 "향후 몇 년간 대만 내 생산 비중이 점진적으로 75~8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SMC는 현재 고객사들이 주문한 칩의 대다수를 대만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어, 자국 내 생산비중이 약 90%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은 바뀔 여지가 크다. TSMC가 미국에 큰돈을 들여 공장을 짓고 생산력을 키울 경우, 상당한 무게중심이 대만에서 미국으로 옮겨 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첨단 공정을 입힌 생산시설을 미국에 둘 경우엔 이 분석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최첨단 공정을 통한 반도체 양산은 연구개발(R&D)과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최첨단 공정은 미국이 아닌 대만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두 달만에 이를 번복할 가능성도 생겼다. 류페이전 디렉터는 "대만 내 R&D 자원과 인력도 TSMC와 함께 미국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대만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첨단 제조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점차 낮아질 가능성도 크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 3일 미국 백악관에서 1000억달러(약 145조원)를 미국에 추가로 쏟아붓고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3개, 첨단 페키징·테스트 공장 2개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TSMC는 기존에 짓기로 했던 공장 3개에 더해 총 8개의 공장을 더 두기로 한 미국에서 고객사들로부터 주문받은 칩 대부분을 생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류페이전 디렉터는 "이번 투자 확대는 향후 해외시장에서 미국이 TSMC의 주요 생산 거점이 될 것을 의미하며, 일본과 독일 등 다른 해외 공장의 추가 투자 계획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TSMC가 미국 내 칩 생산 비중을 높여갈 경우, 대만은 TSMC 공장들로부터 조성됐던 일자리가 축소되고 실직자 증가, 기술 유출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TSMC는 현재 대만에 웨이퍼 공장 9개, 첨단 패키징 공장 5개, 글로벌연구센터 1곳 등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TSMC가 앞으로 미국에 집중하면 이 중 몇몇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TSMC는 대만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런 우려를 의식하고 "대만과 미국의 생산 비중을 균형있게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류페이전 디렉터는 "TSMC의 미국 내 공장들이 실제로 언제 양산을 시작할 것인지, 어떤 첨단 공정을 도입할 것인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TSMC와 함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해온 대만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도 미국에 동반 진출할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긍정적인 평가들도 있었다. 류페이전 디렉터는 추가 투자 발표로, TSMC가 그간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받아왔던 ‘인텔 구하기’ 압박에서 벗어난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이 대만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봤다. 이어 "TSMC가 미국 투자를 통해 파운드리 경쟁사인 인텔과 삼성을 견제할 수 있으며 동시에 미국의 전력, 용수, 토지 자원을 활용할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천수링 기자/번역=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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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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