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도 대선·지선·총선 전 급증
휴직자 공백, 경력 채용으로
선관위 '도덕적 해이' 심각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채용 비리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올해 1월에만 휴직자가 129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는 선거를 앞두고 대거 휴직자가 발생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을 빚어왔는데, 올해는 조기대선 가능성이 열리면서 휴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6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월31일 기준 선관위 휴직자는 129명(무기계약직 4명 포함)으로 전체 2982명의 4.3%로 집계됐다. 129명의 휴직자 가운데 육아휴직자가 86명이며, 질병·가족돌봄 등 기타 사유가 43명이다. 2021년에는 1월도 아니고 2월 말을 기준으로 휴직자가 83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 휴직자 증가세는 예사롭지 않다.
선관위에서는 가장 바쁜 선거철에 휴직자가 급증하는 행태가 관행처럼 계속됐다. 바쁜 업무를 피하고자 휴직을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번진 이유다.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겹쳐, 양대선거를 치렀던 2022년에는 2월 말을 기준으로 휴직자가 204명까지 치솟기도 했다. 선거가 끝난 이후인 2023년 2월 말에는 휴직자 규모가 159명으로 줄었다.
선거철을 앞두고 휴직자가 대거 발생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선거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해야 할 직원들이 본격적인 선거철을 앞두고 휴직을 선택한 것을 놓고 잦은 야근 등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선거철 휴직 문제는 해마다 정기 국회의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선관위도 외부의 비판적인 시선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휴직자를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선관위 공무원 규칙에 따르면 휴직자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면서 "최근 저출생이 심각하고,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추진하면서 남성 육아휴직자가 증가하는 등 휴직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철 휴직' 문제와 관련해 내부의 자정 목소리도 있다. 일부 도덕적 해이를 보이는 직원 때문에 최선을 다해 근무하는 다른 직원까지 피해를 본다는 내부의 문제 의식이다. 한 지역 선관위 관계자는 "힘들고 부담스러운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늘 때면 회의가 드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오는 5월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3월 중순 헌재의 최종 선고가 나고,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휴직자가 급증할 수도 있다. 선관위는 휴직자에 대한 별도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대선 하루 전날 휴직을 하더라도 사실상 막을 길이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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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가 휴직자 공백을 정규직 경력 채용으로 충원해 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특혜 채용이 적발된 사례는 경력 채용과 관련이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올해는 특수한 상황이라 조기 대선이 결정되면 당장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업무 공백을 줄이기 위해 휴직 예정자를 수시로 파악하고 있으며, 선거철 근무자에게 인사 시 이점을 주는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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