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출판문화협회를 통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올해도 0원이다."
지난 5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윤철호 출협 회장은 문체부가 2년 연속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며, 도서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겉으로 보면 문체부가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모든 지원을 끊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문체부와 출협의 갈등은 2021년 출판유통통합전산망 가동 이후 지속되고 있다. 문체부는 출협 등의 건의에 따라 수십억원을 투입해 통합전산망을 구축했다. 그러나 운영 주체를 둘러싼 갈등이 시작됐다. 문체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운영권을 맡기려 했고, 출협은 민간 기관인 자신들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출협은 통합전산망과 유사한 '도서판매정보공유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하면서, 민관이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이어졌다. 애초에 문체부 관계자는 "제도가 안정되면 운영권을 출협에 넘기겠다"고 밝혔지만, 출협은 정권 변화에 따른 정책 변경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발했고 불신만 커졌다.
문체부가 서울국제도서전 지원을 위해 매년 출협에 지급한 보조금은 약 7억원. 지난해 문체부는 보조금 6억7000만원을 도서전 참가 출판사에 직접 지원했다. 출협을 배제하고 출판사를 우회 지원한 셈이다. 이는 2023년 8월 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국제도서전 수익금 누락을 이유로 윤철호 출협 회장과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를 수사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양측은 대화에 나섰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박보균 전 문체부 장관에 이어 후임 유인촌 장관도 대화를 시도했지만, 출협 내부 반대에 부딪혀 성사되지 못했다. 출협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문체부로서도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출판계를 대표하는 출협과 문체부가 협력하면 많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 움츠러든 해외 도서전 진출을 확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K-북 수출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현재처럼 유사한 서비스에 중복 투자가 이뤄지는 비효율도 줄일 수 있으며, 소모적인 소송전도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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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양측이 서로를 향한 반감을 거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출협과 갈등을 빚었던 박보균 장관과 전병국 차관이 교체됐고, 윤철호 회장 역시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관계를 재정립할 적기다. 작은 약속부터 지키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 문체부는 유연한 태도로 접근하고, 출협도 현실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다시 실망할까 두려워하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그 과정은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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