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공중·해상서 즉각 휴전 가능"
"美 지원무기 대부분 미사일, 대체 안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면서 당장 우크라이나군은 무기 부족에 직면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비중은 유럽국가들보다 낮은 편이지만, 대부분 전장에서 필수적인 미사일과 포탄으로 구성돼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군 안팎에서는 미국의 지원이 재개되지 않으면 향후 6개월 정도만 전선 유지가 가능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무기 지원 끊어라" 지시에 젤렌스키 태세 급전환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전쟁 종식을 위한 1단계로 포로 석방과 공중에서의 휴전, 즉 미사일·장거리 드론·에너지와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 금지와 해상에서의 즉각적인 휴전을 즉시 시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종전 협상이 결렬된 이후 미국을 맹렬히 비난하던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안을 적극 받아들이겠다고 입장을 극적으로 전환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 전환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로의 모든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직후 이뤄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4일 오전 3시3분을 기해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모든 원조물자의 수송을 중단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협상이 결렬되자 내렸던 지원중단 지시에 따른 것이다. 미 국방부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a good-faith commitment to peace)'을 입증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 제공 중인 모든 군사원조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美 지원 무기 20% 규모지만…전장 유지에 필수
미국의 무기 지원 중단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급히 태세를 전환한 주된 이유는 미국이 보내주던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CN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전체 무기 중 자체 조달 비중이 55%, 유럽연합(EU) 등 유럽국가 지원 비중이 25%, 미국이 20% 정도다. 하지만 미국에서 보내는 무기들이 전선 유지에 매우 필수적인 무기들이라 의존도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 규모는 1200억달러(약 174조7000억원) 이상이며 대공미사일, 대전차미사일, 155mm 포탄 등 전선 유지에 필수적인 무기들이다. 미국의 무기 지원 중단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우크라이나군은 포탄 부족에 시달리며 전선이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WSJ는 "미국의 지원이 완전히 끊어지면 우크라이나는 첨단방공 시스템, 지대지 탄도미사일, 항법시스템, 장거리 로켓 포병을 포함한 일부 정교한 무기의 공급을 잃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주요 무기가 된 지대지전술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나 고기동포병로켓시스템 하이마스(Himars)는 미국만이 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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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무기 지원이 완전 차단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6개월 이상 전선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BBC는 우크라이나 최전선 지역 군인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지원이 중단된 이후 아마 6개월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 결정에 따른 비용은 죽어간 사망자로 측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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