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전쟁에 주가 급등
미국 현지 공장 설립과 기업 인수 효과
지난해 3조 클럽 입성…성장세 지속 전망
불성실 공시법인·전환사채는 기업가치 평가 변수
풀무원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만 약 70% 뛰었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도 크게 개선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풀무원 주가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69.5% 상승했다. 26일엔 장중 1만932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2월 대부분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뤄지고 있는데, K푸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관세 전쟁에 K푸드 주목
풀무원 주가는 지난 2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가 발효되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관세 전쟁 속에서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써온 풀무원에 기대감이 쏠린 것이다.
풀무원은 이미 1991년 미국 법인을 설립한 뒤 공장 설립과 현지 기업 인수 등을 진행해 왔다. 현재는 해외 소비자들의 건강식 수요가 커지며 두부를 중심으로 손익이 개선되는 중이다. 현재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두부공장과 생면공장이 있다. 이외에도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아이어에 두부공장, 뉴욕주 타판에 두부공장을 보유 중이다.
풀무원의 주력 제품인 두부는 냉장 식품에 해당한다. 애초에 시장 진출을 위해선 현지 생산 후 유통이 필수적이다. ‘현지화’에 공을 들인 이유는 비용 탓도 있었던 셈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풀무원의 올해 주요 추진 전략은 해외 사업에 맞춰져 있다"며 "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미국에서는 주력 제품들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고른 성장 추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두부를 중심으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풀무원은 미국 현지 공장을 운영 중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이슈에서 자유롭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높아지는 해외 매출 비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남아시아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6대 전략 국가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며 "유럽은 현재 미국 법인을 통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지만, 상반기 중 법인 설립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 최대 실적…글로벌 사업 올해 더 큰다
풀무원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7%와 47% 증가한 3조2137억원과 91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식품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식품 서비스·유통 성장 및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이익을 개선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풀무원이 올해 성장세를 더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해외 사업이 있다. 일본 법인은 두부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일본 사이타마현 북부에 있는 교다 생산공장의 두부바 생산설비를 확충했다. 현재 월 200만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 중이다. 풀무원은 고품질을 강조한 두부 신제품 '장인 두부'를 다음 달 선보인다.
하나증권은 풀무원의 올해 매출액 및 영업이익을 각각 3조 4145억원, 1093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6.2%, 18.7% 오른 수치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식품서비스유통 부문은 아파트·군대·실버 등 상대적 고마진 채널로의 수주 확대에 따른 견조한 마진 개선을 기대한다"면서 "해외 법인 합산 손익은 2024년 64억원 영업적자에서 올해 50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미주는 아시안푸드 현지 생산 확대 효과가 손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은 두부바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불성실 공시법인, 전환사채 1000억원…기업가치 평가 변수
풀무원에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풀무원에 대해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풀무원의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이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인 씨디스어소시에이츠를 흡수 합병하기로 의결했는데, 이를 엿새 늦게 공시하면서다. 풀무원은 이를 직원의 단순 실수로 설명했다.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은 상장 법인이 공시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때 가해지는 제재다. 위반 경중에 따라 제재금이나 벌점이 적용된다. 또 누적 벌점에 따라 매매 정리, 관리종목 지정, 상장적격성실질심사 등의 조치가 이뤄지기도 한다.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부과 벌점이나 공시위반 제재금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풀무원은 지난 2023년 하일랜드에쿼티파트너스(이하 하일랜드)와 키움프라이빗에쿼티(키움PE), 연합자산관리(이하 유암코)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4년 9월부터 행사 가능한 물량은 약 350만주, 2026년 9월부터 행사 가능한 물량은 약 530만주다. 전량 행사시, 약 20% 희석 효과가 발생해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이 발생한다.
지금 뜨는 뉴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은 "순차입금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높은 금융비용 부담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인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풀무원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해외사업 확장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