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쥔 유일한 '패' 광물협정
미국 확고한 안전 보장 약속 받아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지속 협의 의사 밝혀
오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앞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광물 협정의 성패가 트럼프 대통령에 달렸다고 압박했다. 우크라이나가 쥔 유일한 '패'인 미국과의 광물 협정 체결에 앞서 러시아로부터의 '미국의 확고한 안보 보장'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로이터와 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이 협정은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도 있고,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다"며 "큰 성공을 이루려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협의가 진행 중이며 방문이 조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우 회담에서는 광물 자원을 비롯한 양국 간 경제 협력과 미국의 안전 보장 등에 대한 방향성이 담긴 협정이 체결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큰 비판을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000억달러(716조여원) 규모의 광물 자원 제공' 관련 조항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최종 합의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석유와 가스 등 국유 광물 자원 및 물류와 관련된 미래 수익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50%를 기금에 붓게 된다. 해당 기금의 일부 수익은 우크라이나에 투자될 예정이다. 미국의 지분 투자 및 공동 소유 거래 규모 등 세부 사항은 협의를 통해 결정될 방침이다. 향후 미국 지원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두 배를 상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포함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우려를 고려한 듯 "협정 초안에 미국 측에 제공해야 할 보장 수익액과 같은 내용이 없다고 언급하면서 "우린 채무자가 아니며 협정엔 500억달러, 350억달러 이런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이 없다. 그건 불공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대한 내용도 협정안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실제 로이터가 입수한 2월 25일 자 협정 사본에는 '미국 정부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확립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 확보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미국의 안전보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 협정을 제안했을 때부터 우크라이나가 꾸준히 요구해온 사항이다. 협정 체결 후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언제 다시 침공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우크라이나에 도사리고 있어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정의 성공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미래 안보를 보장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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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 백악관은 구체적인 안전보장이 없어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향후 러시아의 침략을 억제할 수 있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마이크 왈츠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경제 협력 관계를 맺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있냐"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협정 체결을 압박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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