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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받고도 "가정 폭력 없다" 경찰 징계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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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현장에 세 차례 출동하고도 가정폭력이 없다고 판단해 파출소로 복귀한 경찰이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내려진 징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는 데 소홀했고, 112 시스템상의 사건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않아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경찰공무원 A 씨가 경기북부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불문경고 처분 취소 사건 상고심(2024두33556)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고 받고도 "가정 폭력 없다" 경찰 징계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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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경기 고양시의 한 파출소 경위인 A 씨는 2021년 8월 14일 ‘동거남과 시비 중이다’ ‘동거남이 집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는 신고를 14차례 접수받고 현장에 세 차례 출동했다. 하지만 신고자와 동거남이 가정 구성원 사이인지 여부를 알 수 없고 가정폭력이 있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해 파출소로 복귀했다. A 씨는 또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고, 다른 경위가 112 시스템에 신고전화의 종별코드를 ‘가정폭력’이 아닌 ‘시비’로 입력했는데도 이를 고치지 않았다. 결국 신고자는 다음날 아침 창문 방범 철조망을 뜯어내고 집에 들어간 동거남에게 안면을 수차례 폭행당한 뒤 사망했다. 해당 가정은 2018~2020년 3년간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가정폭력 고위험 가정이었다.


2021년 12월 A 씨는 ‘직무를 태만히 해 신고자를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견책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소청심사위는 2022년 4월 징계처분을 견책에서 불문경고로 변경했다. 하지만 A 씨는 불문경고 처분마저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판단]

재판에선 A 씨가 신고자와 동거남 간의 시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는지, A 씨가 직무를 태만히 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A 씨 측은 “현장에서 동거남의 퇴거를 원하는 신고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신고자와 동거남이 분리돼 있도록 동거남을 설득해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을 뿐 직무를 태만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불문경고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위험성 조사표나 112시스템 신고 종별코드 미변경은 A 씨가 가정폭력 상황을 인지했음을 전제로 한 것인데, 처음 현장 출동 당시 신고자와 동거남이 말다툼을 하거나 시비를 벌이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A 씨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1심은 또 “A 씨의 위험성 조사표 미작성 및 112 시스템 종별코드 미변경으로 인해 이 사건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게 됐던 것이 신고자의 사망이 발생한 주요한 원인이 됐다고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은 “가정폭력은 단순히 신체적 폭력행위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정폭력 피해자는 공포와 불안감으로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 만큼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며 “A 씨는 현장출동 당시 신고자의 얼굴, 팔 등만을 짧은 시간 동안 살펴본 후 신체적 폭력이 없었다고 단정한 나머지 그밖의 신체 부위의 물리적 폭력과 다른 정서적·언어적 폭력이 있었는지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은 것은 직무 태만 내지 성실의무 위반”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A 씨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가정폭력 관련 법률과 경찰청 관계지침 내용 등을 종합하면, 신고접수 당시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된 사건 또는 신고접수 단계에서 ‘가정폭력’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신고내용의 실질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확인된 사건의 경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철저히 분리된 곳에서 조사해야 하고, 허위나 오인 신고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현장 상황, 목격자나 주변인 등의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한 다툼이나 언쟁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 씨는 피해자의 안전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강구하는 데에도 소홀했고,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않음으로써 A 씨가 속한 순찰1팀과 근무교대를 한 순찰2팀으로 하여금 이 사건에 대해 가정폭력 사건임을 전제로 하여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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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지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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