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금융당국, 지난해부터 자동차보험 개선 착수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이어 과잉진료·의료쇼핑 야기
경상환자 추가진료 깐깐해져· 뇌진탕 12급으로 논의
정부가 실손보험과 더불어 과잉진료와 의료쇼핑 문제를 야기해온 자동차보험을 개선한다. 대인보험금의 경우 상해등급 12~14급 경상환자에게 향후치료비(합의금) 지급을 금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13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이나 3월 초에 자동차보험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동차보험은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누수, 잦은 보험료 인하와 정비수가 인상 등에 따른 손해율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 손해보험사들의 적자가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경상환자의 과잉진료가 자동차보험 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있다. 국내 자동차보험 제도는 상해를 14개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대인보험금 한도도 이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결정된다. 경상환자는 12~14급으로 골절을 동반하지 않은 단순 타박상이나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척추 염좌 등에 해당한다. 경상환자의 치료기간은 보통 3~4주다. 하지만 경상환자가 한의원 등에서 필요 이상의 치료를 받는 등 과잉진료 행태가 만연하다. 지난해 1~3분기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4개사의 자동차사고 경상환자 치료비는 약 955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7% 증가했다.
국토부와 금융당국은 최근 비공개 회의를 열고 경상환자에게 향후치료비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향후치료비는 보험사가 피해자와 합의하는 시점에 앞으로 발생할 치료비를 산정해 미리 지급하는 일종의 합의금이다. 보험사는 향후치료비 명목으로 합의금을 올려 지급해 조기합의를 유도하는 관행이 있다. 경상환자가 기한없이 진료받으며 보험금을 타가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향후치료비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일부 피해자들이 이를 악용해 과잉진료를 일삼는다는 점이다. 이는 보험금 누수와 손해율 상승, 보험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경상환자가 향후치료비를 받은 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를 받는 '이중 수급'도 문제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경상환자에 대한 향후치료비 지급 금지안은 보상보다는 합리적 치료를 유도하자는 취지"라며 "피해자의 진료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경상환자에 대한 향후치료비가 금지되면 자동차사고를 당한 경상환자는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이에 따른 보험금을 수령하는 방법만 남는다.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으로 2023년 1월부터 경상환자 치료는 사고일부터 4주까지 기본으로 보장된다. 4주 이후에도 치료가 필요하면 2주마다 보험사에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일부 병원에서 진단서를 너무 쉽게 발급해주는 탓에 경상환자의 과잉진료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이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마련중이다. 환자가 치료를 더 이어가야 한다는 의학적·객관적 증빙이 더 촘촘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자동차보험 개선 논의 과정에서 상해등급 11급인 뇌진탕을 12급으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뇌진탕은 병원에서 장기 치료를 받으며 거액의 보험금과 합의금을 노리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만드는 주범으로 꼽힌다. 뇌진탕은 의사 소견보다 환자의 주관적 의견을 근거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뇌진탕 허위 진단에 따른 보험금 누수가 심해지자 국토부는 지난해 1월 의료단체 등의 검토를 거쳐 뇌진탕에 대한 세부 진단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뇌진탕은 명백히 해당 자동차사고와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30분 이내 의식소실, 24시간 이내 외상 후 기억상실, 방향감각 상실 징후 등이 나타나 최초 진료기관의 초진 의무기록지에 이런 사항을 기재했을 경우에만 뇌진탕으로 인정한다.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신경전문의가 뇌진탕으로 판단했을 경우 인정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뇌진탕 허위진단과 보험금 청구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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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선안에서 의식수준이나 기억력 변화가 없는 등의 경미한 뇌진탕을 상해등급 12급에 추가하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12급에 있는 외상후 급성 스트레스성 장애 세부지침에 '의식수준이나 기억력 변화가 없는 뇌진탕'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됐다.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일부 보험사들은 경상환자 범위를 11급까지 넓혀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런 조치들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개정을 수반해야 해 장기 과제로 남길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논의해온 자동차보험 개선안은 거의 막바지 조율단계"라며 "연초 국토부 인사로 담당자가 바뀌면서 발표가 조금 늦춰진 것"이라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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