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국내 물가와 환율 변동성도 확대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겨냥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미국 물가가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원화 가치는 하락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무분별한 '돈풀기식' 추가경정예산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1일)한 이후 원·달러 환율이 지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전면 관세’ 시행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이를 한 달간 전격적으로 유예키로 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한시적인 데다가,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의지를 밝힌 상태이기 때문에 관세 전쟁으로 인한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미국 내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이미 관세 인상으로 인한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 준비를 완료했다. 의류, 신발, 유아용품, 하드웨어, 자동차 부품 등 대부분의 업체가 이런 대응 계획을 공식화했다. 자동차 부품 소매업체인 ‘오토존(Auto Zone)’ 임원진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관세가 부과되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공식화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능성만으로도 금융시장은 출렁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 우려 때문에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거나 폭을 줄일 수 있고, 이에 따라 안전 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는 당연히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다.
"원화 가치 하락 막아야 …첨단 기술 인재 붙들기·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달러 가치 상승으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게 되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시점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국회에서 국정협의회 2차 실무회의가 진행될 예정인데 논의 테이블에 추경 편성이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지금은 (어떻게든) 원화 가치 하락을 사활을 걸고 막는 데 주력해야 할 때고 그러려면 시중 화폐량을 줄이는 선택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면서 “그러나 오히려 화폐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돈풀기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비경제학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물가를 크게 자극할 수 있는 전 국민 대상 현금살포식 추경을 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설사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소비 진작을 위해 재정 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붙잡아 둘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을 떠난 기술 인력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 만큼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나라에서 집중적으로 돈을 써야 한다면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지역 화폐와 같은 소비 진작 정책들이 실제로 경제적 효과가 유의미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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