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최상목 대신 김범석 참석 유력
외교관례상 양자회담 성사 힘들어
탄핵 정국 속 한국 정부의 경제외교 차질이 장기화하고 있다. 당장 이달 하순 열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무대로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를 향한 각국의 경제외교가 달아오르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참석자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26~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주최 측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참한다는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행정부 수반으로 국정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최 대행을 대신해 김범석 기재1차관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김 차관 대참 여부를 확정해 주최 측에 최종 컨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G20 회의는 트럼프 신정부 출범 뒤 주요국 경제금융 수장들이 모이는 첫 다자회의로, G20 회원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등 주요 국제금융기구 대표들이 집결한다. 특히 이번 회의는 트럼프 신정부 초대 재무부 장관으로 트럼프 2기 경제 정책을 이끌 스콧 베센트의 첫 다자회의 데뷔무대이기도 하다.
주요국 재무부 장관들은 트럼프 관세 정책의 키맨인 베센트 신임 장관과의 관계형성을 위해 앞다퉈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각국은 베센트 장관과의 대면 회담을 통해 환율, 통상 등 민감한 경제현안을 논의하고 협력 방안을 조율하는 등 경제외교의 보폭을 넓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상견례 성으로 진행될 연쇄 양자회담에서는 국가별 맞춤형 경제외교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지난달 29일 베센트 장관과의 화상통화에서 경제현안 논의의 물꼬를 텄다. 양측은 이날 통화에서 외환 등 경제 현안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현안과 협력방안을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최 대행이 불참하면 외교관례상 한미 재무장관 양자회담을 비롯한 각국 재무장관과의 대면 회담 성사가 어려워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관세폭탄을 부과하고 이들 3국이 즉각 맞대응에 나서는 등 글로벌 관세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진 상황에서 우리 기업과 경제에 유탄을 막을 경제외교가 절실한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 속 대외신인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최 대행이 직접 G20 회의를 챙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항공일정만 편도로 이틀이 걸리는 남아공 케이프타운 회의 참석을 위해선 전체 일주일 일정을 빼야 하는 상황이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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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까지만 해도 최 대행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해 직접 방미길에 올라 월가를 시작으로 해외투자자들을 만나고 경제위기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권한대행 직무를 맡으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경제외교의 공백은 민간 인사인 대외직명대사로 채우고 있다. 정부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외신인도 관리를 위해 국제금융협력대사와 국제투자협력대사를 임명했다.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는 오는 11일부터 나흘간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S&P·무디스·피치 등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 고위 인사들을 만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투자은행(IB) 고위급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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