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다음날 아메리칸항공 기내방송 화제
승객 "기내방송으로 모든 두려움 잠재워"
미국 수도 워싱턴DC 인근에서 군용 헬기와 여객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을 안심시키려 한 조종사의 기내 방송이 화제다.
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는 레이튼 믹슨이 지난달 30일 경험한 사연을 보도했다. 믹슨은 이날 오후 7시20분쯤 잭슨빌에서 출발해 마이애미로 향하는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 당시 워싱턴DC의 참사 사고가 발생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때라 믹슨은 혹시 모를 위험으로 인한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이륙 직전 나온 기내 방송 덕분에 마음의 불안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당시 기장은 기내 방송에서 "여러분은 비행을 두려워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건 분명 이해할 만한 일이다"라며 "하지만 기장인 저와 부기장, 그리고 승무원들은 여러분의 안전을 최우선 책임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 저희는 여러분을 마이애미의 가족, 휴가 및 회의 장소로 안전하게 데려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여러분을 조심스럽고, 전문적으로 모시는 것보다 제게 더 큰 사명은 없다"며 "그러니 긴장을 풀고 우리가 비행할 아름다운 저녁을 즐기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믹슨은 이 기내 방송을 녹음한 영상을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올렸다. 그는 "(워싱턴 DC) 항공 충돌 사고 후, 이 아메리칸항공 기장은 저와 다른 모든 승객이 듣고 싶었던 말을 정확히 해줬다"고 적었다. 이 영상은 3일 만에 100만회 넘게 조회되며 큰 화제가 됐다.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승객을 안심시키며 자신의 책임을 다한 기장을 칭찬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누구보다 기장의 마음이 무거울 텐데 정말 친절하다, "승객을 안전하게 모시는 것보다 더 큰 사명이 없다고 말할 때 기장의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 같았다. 그도 마음이 매우 아플 것", "승객만큼이나 기장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을 것", "기장과 승무원들도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닉슨은 "기장은 이 한 번의 방송으로 모든 두려움을 잠재웠다"면서 "처음엔 마치 내게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잠시 뒤 고개를 들어보니 비행기에 탄 모든 사람이 기장의 말을 얼마나 간절히 듣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고 뉴욕포스트에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조종사의 임무는 정보 전달과 통제지만, 그의 친절함과 공감 능력은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었다"고 칭찬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오후 8시 53분쯤 미국 워싱턴 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근처에서 훈련하던 육군 헬기와 충돌해 포토맥강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헬기에 타고 있던 군인 3명이 숨졌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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