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자전거 타고 日 5만 노인집 누비는 마을 메신저
자원봉사자 3500명, 소식지 돌리며 노인 안부 확인
아픈 어르신 발견하면 곧장 병원 데리고 가
70년 된 생활협동조합이
마을메신저·병원·진료소·노인주택 운영
![자전거 타고 소식지 돌리며 日 5만 노인 안부 살펴요[내 집을 시니어하우스로]](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20211512516231_1738464685.jpg)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미도리구에 사는 츠카다 유키에 할머니(76)는 한 달에 하루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누빈다. 매달 나오는 마을 소식지를 집집마다 나눠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할머니는 소식지를 돌리다가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이었는데, 어떤 노인이 외투도 안 입고 현관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돌아오는 길에도 같은 자리에 있더라고요. 뭔가 이상해서 초인종을 눌렀죠."
알고 보니 노인은 치매를 앓고 있었다. 그날도 집 외벽에 배설물을 묻히며 이상 행동을 보이던 중이었다. 함께 사는 딸 내외가 집을 비운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곧바로 병원으로 모시고 갔어요. 그 추운 날 내가 그냥 지나쳤다면…."
츠카다 할머니는 은퇴 전까지 가족이 운영하는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했다. 남편과 사별한 후 6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나고야에는 츠카다 할머니 같은 ‘마을 메신저’ 자원봉사자가 3500명에 달한다. 이들은 5만 노인가구에 단순히 소식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역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
‘마을 메신저’라는 차별화된 사회 안전망을 만든 건 '미나미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미나미생협)이다. 미나미생협은 나고야의 대표적인 의료·돌봄 통합법인으로, '이세만 태풍'이 강타했던 1959년 만들어졌다. 당시 태풍으로 나고야에서만 5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도쿄와 간사이 지역에서 온 의료진들의 구호 활동이 지역민들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런 분들이 우리 지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나고야 주민 300명이 작은 진료소를 세워 미나미생협을 출범시켰다.
70여년이 흐른 지금 미나미생협 조합원은 9만7000명에 달한다. 누적 출자금은 33억엔(약 313억원)에 이른다. 이제 미나미생협 없이는 시의 의료·돌봄 시스템이 돌아가기 어려울 정도다. 미나미생협의 64개 사업소에는 종합병원(313병상)과 재활병원(60병상), 진료소(9개), 방문의료돌봄센터(11개)가 있다. 노인주택(13개)과 데이케어센터(10개)도 만들었다.
미나미생협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사업은 뭐니뭐니해도 ‘마을 메신저’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들러 소식지를 주면서 노인들의 안부를 살피는 지역 밀착형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츠카다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아프거나 위험에 처한 노인을 발견하면 즉시 의료진과 연계할 수 있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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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무라 나오미 미나미생협 이사는 "우리 목표는 나이가 들고 치매를 앓아도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65~75세 고령자들이 '마을 메신저'로 활동하면서 복지 수혜자가 아닌 지역 복지의 주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자전거 타고 소식지 돌리며 日 5만 노인 안부 살펴요[내 집을 시니어하우스로]](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4120900442542428_1733672665.jpg)
나고야(일본)=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심나영 차장(팀장) sny@asiae.co.kr
강진형 기자(사진) ayms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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