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위한 큐비트 개발 경쟁
구글·IBM, 초전도체 방식서 앞서가
이온트랩·중성원자 등 다양한 방식 경쟁
아직 누가 승자인지 알수 없지만
인류삶 바꿀 게임 체인저 기대
2024년 연말, 구글이 공개한 '윌로우'칩은 양자(Quantum)의 세계가 곧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현재 존재하는 최고의 슈퍼컴퓨터로 10조년이 걸리는 문제를 5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는 발표는 전세계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 증시까지 뜨겁게 달궜다. 양자와 관련된 기업 주가가 10배 이상 급등하며 세간의 관심은 커져만 갔다. 많은 이들이 '양자'라는 단어에 열광했다. 물리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양자'는 여전히 낯설고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지만, 양자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는 이미 현실이다.
양자컴퓨터가 특별한 이유는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컴퓨터가 '비트(Bit)'라는 단위로 0 아니면 1만을 표현한다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로 0이면서 동시에 1인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마치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양자컴퓨터는 수많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도 이 큐비트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양자컴퓨터의 가장 난제인 연산이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오류를 정정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현재 세계 각국의 연구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큐비트를 만들어내는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큐비트의 방식은 크게 7가지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중 현재 가장 주목받는 방식은 구글과 IBM이 선도하는 '초전도 큐비트'다. 영하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전기가 저항 없이 흐르는 현상을 이용한다. 마치 얼음판 위에서 마찰 없이 미끄러지는 것처럼, 이 상태에서는 양자 정보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연세대학교에 설치된 IBM의 양자컴퓨터가 이 기술로 작동한다. 구글은 이 기술로 '시커모어' 칩을 만들어 기존 컴퓨터로는 1만 년이 걸릴 계산을 단 200초 만에 해내는 데 성공했고 윌로우 칩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성과를 냈다.
초전도체에 이어 가장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는 분야가 '이온 트랩' 방식이다. 전기를 띤 원자를 공중에 띄워 레이저로 제어하는 이 기술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구슬을 정교하게 다루는 것과 같다.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창업한 아이온큐(IonQ)와 영국 옥스퍼드 연구진이 이 분야를 이끌고 있다. 정확도가 매우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수의 이온을 동시에 다루기는 어렵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빛을 이용하는 '광자 큐비트'도 있다. 빛의 입자인 광자로 정보를 처리하는 이 방식은 실내 온도에서도 작동하며, 빛처럼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미국 사이퀀텀(PsiQuantum)과 자나두(Xanadu)가 이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다만 광자들을 서로 얽히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전자나 원자핵의 자전 거동을 활용하는 '스핀 큐비트'도 주목받고 있다. 마치 지구가 자전하듯 회전하는 입자의 상태를 정보 저장에 활용하는 것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UNSW) 연구진은 이미 이 방식으로 2개의 큐비트를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 온도에서도 비교적 오래 작동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별 스핀을 정확히 제어하는 것이 아직 까다롭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연구하는 '위상 큐비트'는 가장 도전적인 방식으로 꼽힌다. 이는 마치 매듭을 푸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듯, 물질의 위상적 성질을 이용해 오류에 강한 큐비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아직 실험실 단계지만, 성공한다면 가장 안정적인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기업 인텔은 기존 반도체 공정을 활용할 수 있는 '실리콘 기반 큐비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컴퓨터 칩 생산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대량 생산에 가장 유리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성 원자를 레이저로 제어하는 '중성원자 큐비트'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레이저 광학 핀셋으로 개별 원자들을 정교하게 배열하고 제어하는 이 기술은 수백 개의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버드대와 MIT를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퀀텀머신스(QuEra Computing)가 이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국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광자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초전도체 방식을 중심으로 여러 연구기관이 협력하여 다양한 큐비트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비록 세계 최고 수준과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정부도 3대 게임 체인저 기술로 지목한 양자분이냐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으로 그 간격을 좁혀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쓰이려면 아직 몇 가지 산을 넘어야 한다. 양자 상태를 오래 유지하고, 계산 오류를 줄이며, 큐비트의 수를 늘리는 것이 주요 과제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연구 성과를 보면, 이 난관들이 하나씩 해결되고 있다는 희망적인 신호가 포착된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몇 년에서 몇 주로 단축될 수 있다. 더 강력한 암호 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며, 기후변화 예측도 더욱 정확해질 것이다. 인공지능의 학습 속도는 수백 배 빨라질 수 있다.
큐비트는 0과 1 사이에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비록 지금은 연구실 수준의 시제품이 대부분이지만, 전 세계 수많은 연구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양자컴퓨터가 우리 일상에 들어올 그 날이 언제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이미 시작된 큐비트 전쟁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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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한국양자정보학회장은 "어떤 큐비트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현재는 초저온 큐비트가 우세해 보이지만 오류는 이온트랩이 우수한 성과를 보였고 중성원자도 성과가 좋았다. 올해 초에는 광자 큐비트에서도 가능성이 보였다. 이들 기술이 선의의 경쟁과 함께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큐비트가 나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물론 승자가 나왔을 때는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예상했다. 승자가 누구든 그 혜택은 인류 모두의 것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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