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해남 등 머금은 바다서 힐링
월출산 등 기암괴석 향연도 매력
맛의 고장 식도락 여행까지 다채
고싸움 등 광주 볼거리도 다양해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인 설날. 시간상으로는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새달의 첫날이면서 한 해 첫 번째 명절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대체공휴일 지정으로 25일부터 2월 2일까지 무려 9일(금요일 하루 연차 사용 시)이란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일상에 찌들었던 이들에겐 오랜만에 여유를 찾을 기회인 셈이다.
다만, 비상계엄 등 국가 위기 속에 주머니 사정이 그 어느 때보다 나빠진 점은 아쉽다. 부모님, 친척, 조카 등과 서로 나누던 두툼한 '세뱃돈'도 올해는 아주 헐렁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천혜의 비경과 함께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를 간직한 광주·전남으로 여행을 떠나면 되기 때문이다. 바다와 숲, 남도의 음식들이 상처받은 마음에 연고가 될 것이다.
◇ 바다에서의 감성 찾기
바다의 매력은 탁 트인 시야에서 오는 시원함이다. 그런데 전남이 보유한 바다들은 여기에 더해 다양한 볼거리와 스토리까지 더해지고 있다. 재미란 요소까지 느낄 수 있단 의미다.
목포평화광장은 그래서 더욱 가볼 만한 곳이다. 목포평화광장은 2만㎡ 넘는 넓은 부지에 도심과 연결된 바다공원이 조성된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300m 구간에 설치된 가랜드 전구들이 바닷가 주변 산책로를 밝히는데 몽유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줄지어 서 있는 예쁜 카페들도 많은 만큼 커피 한 잔의 여유도 가능하다.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쳤던 명란 해전의 기억을 머금은 해남 우수영 관광지도 겨울 바다를 즐기려는 이들에겐 추천받는 곳이다. 이곳은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울돌목이 위치한 곳이다. 바닷물이 급류를 만나 회오리마냥 휙휙 돌아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울돌목 한가운데로 들어가도록 만들어진 일명 스카이워크는 아찔함을 선사한다. 또 아이들에겐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조용하게 휴식을 맞고 싶은 이들에겐 무안 조금나루도 하나의 선택지다. 4km 은빛 백사장과 울창한 해송을 품은 조금나루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한 휴식처다. 해송 숲 사이로 스며드는 겨울바다 바람과 햇살을 맞고 있으면, 어지러운 마음을 씻어내 주는 것은 느낌이 들게 한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여수 향일암에서의 하룻밤도 즐겨보길 바란다. 향일암의 아름다운 일출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바다를 향해 뻗쳐 있는 거대한 암벽들도 또 다른 볼거리다. 다도해 풍광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이 밖에도 신안 압해도 분재공원, 진도 세방낙조, 무안 도리포, 여수 이순신광장(해양공원) 등도 꼭 한 번 가 볼 만한 전남의 겨울 바다 명소들이다.
◇ 나무 냄새 가득한 전남의 명산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영암 월출산은 이번 설 명절에 꼭 한번 들려보길 추천한다. 해발 809m의 천황봉을 중심으로 구정봉, 사자봉 등 깎아지르는 듯한 기암절벽이 장관이다. 비록 '악산'이란 오해를 받긴 하지만, 월출산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는 설경은 탄성을 자아낼 것이다.
80만평에 달하는 울창한 편백 숲이 조성된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도 가족들과 함께하기 안성맞춤이다. 겨울에도 실내 족욕장과 향기치유실 등 건강 관련 시설들이 잘 설치돼 있어 찬 겨울바람을 피할 수 있다.
전남에선 가장 하늘과 가까운 산인 지리산. 이 중 노고단은 겨울 설경의 끝판왕이다. 1,507m에 위치한 지리산 노고단은 주변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3대 주봉으로, 앞엔 구례의 너른 들판이, 뒤로는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은 하얀 눈꽃은 마치 알프스 같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 산책하기 좋은 명소
긴 연휴 중간쯤엔 조용하게 걸으면서 여유를 찾는 것도 좋을 듯싶다.
국내 최대 녹차 생산지인 보성. 150만평에 달하는 보성 차밭은 푸르름 속에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고용하면서도 싱그럽다. 차밭 사이를 걷고 있으면, 저만큼 있는 봄이 어느새 내 옆으로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산책하면서 조선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는 순천 낙안읍성도 다녀올만 하다. 성곽을 둘러싸고 108개의 초가와 기와집들 사이로 이어지는 골목을 걷고 있으면 과거 조상들의 삶을 되새길 수 있다.
섬진강과 망덕포구, 하동 땅이 펼쳐지는 광양 배알도 섬 정원에서 힐링을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망덕산을 향해 절하는 형상의 배알도는 별헤는 다리와 해맞이 다리가 육지와 바다를 연결한다. 해 질 녘 먼발치에서 보이는 이순신대교의 불빛은 운치를 더한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전남 여행의 백미다. 산책로를 따라 세계 10여개국이 넘는 나라들의 전통과 멋을 자랑하는 정원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재미와 볼거리를 모두 품고 있다. 여기에 순천호수 정원, 국가 정원식물원, 개울길 등 테마별로 다양성까지 갖추고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더불어 해남산이 정원도 추억을 쌓기 좋은 공간이다. 해남이 보유한 아름다운 자연경관 아래 예술과 문화가 함께 공존한다.
◇ 맛 1번지 전남
맛의 고장 전남은 그야말로 먹거리 천국이다. 겨울철 여수 새조개 샤부샤부 한 젓가락이면 속까지 든든하다.
구례의 대표 음식인 다슬기 수제비도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알싸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인 영산포 홍어와 영암의 자랑인 갈낙탕(갈비와 낙지로 끓여낸 탕)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술꾼들의 낙원으로 불리는 나주곰탕의 맛의 세계로 빠져들어도 좋다. 푹 곤 살코기 육수와 여러 차례 토렴으로 일궈낸 나주곰탕은 국물의 진수다.
여기에 벌교 꼬막이 듬뿍 들어간 꼬막 비빔밥, 천혜 바다가 키워낸 매생이가 들어간 매생잇국, 겨울 식도락의 완성이라 불리는 장흥 굴구이도 매력적이다.
◇ 볼거리 가득 '광주'
올해 광주엔 설 명절 및 정월대보름을 맞아 시민들과 귀성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세시풍속 행사, 고싸움놀이축제 등 다채로운 전통·문화행사를 연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오는 28일 나전칠기 열쇠고리(키링) 만들기, 30일 다식 만들기 체험 등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국립광주과학관은 설 당일인 29일을 제외한 28일과 30일 제기차기·투호·딱지치기·윷놀이·씨름 등 전통놀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설 연휴 기간인 25~30일 온·오프라인에서 다채로운 공연과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설 연휴 기간에는 ACC 창·제작공연 등 우수 공연을 ACC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상영한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은 29~30일 ‘2025 설맞이 한마당’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전시실에서 숨은 푸른 뱀 인형을 찾고 선물을 받는 ‘청사를 찾아라’ 프로그램을 비롯해 한복 망토 등 전통 복식 만들기, 캘리그라피(손글씨) 가훈쓰기, 연하장 꾸미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준비됐다.
지금 뜨는 뉴스
내달 7~9일 광주 대표 지역축제인 정월대보름 고싸움놀이축제가 고싸움놀이 전수교육관에서 열린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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