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90명 상대로 보증금 62억원 가로채
전세사기 후 미국으로 갔으나 결국 추방 조처
대전에서 세입자 90명을 상대로 보증금 62억원을 가로챈 뒤 미국으로 도피한 전세 사기범 부부의 사진이 공개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이민세관국(ICE)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날 한국으로 송환된 40대 남 모 씨와 최 모 씨 부부의 추방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이들 부부는 2019년 4월~2023년 4월까지 대전시 일대에서 다가구주택 11채를 매수한 후 이른바 '깡통 전세' 사기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깡통전세란 건물 담보 대출과 세입자 보증금이 실제 건물의 가치보다 많은 상황으로, 남아 있는 건물의 가치가 텅 비었다는 뜻이다.
부부는 전·월세 계약 희망자 90명을 상대로 전세보증금을 충분히 반환할 수 있는 것처럼 속여 6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50세 남성은 이들에게 전세보증금 8000만원을 사기당한 뒤 지난해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2022년 8월 19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국제 공항을 통해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했다고 한다. 애틀랜타에는 남 씨의 언니가 거주하고 있었고, 이들 부부는 애틀랜타 고급 주택가에 살면서 아들을 펜싱 클럽에 보내는 등 풍족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는 피해자들의 고소를 접수한 수사기관과 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애틀랜타에서 시애틀로 도주해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남 씨의 언니에 대한 신상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게 되면서 부부에 대한 목격담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 부부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청은 2023년 8월, 이들에 대한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아 미국의 국토안보수사국 한국지부(HSI), 외교보안국 서울지부(DSS), 세관국경보호국(CBP) 등과 공조 채널을 구축했다. 연방 국토안보부는 이들에게 발급된 J1(문화교류) 비자를 전격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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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거주 지역 첩보를 입수해 미국의 추방 담당 기관인 집행·퇴거운영국(ERO)에 긴급 공조를 요청했고, 2개월간 잠복 끝에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이후 연방 이민법원은 최 씨와 남 씨에게 지난해 11월 자진 출국 명령을 내렸고, 부부는 지난달 ERO 시애틀팀과 한국 관계자들의 호송 아래 상업 항공편을 통해 한국으로 송환됐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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