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 현장 38층에서 작업하다 22층으로 떨어지며 무려 15층 높이에서 추락한 30대 남성이 목숨을 건졌다. 체계적인 응급의료 시스템을 통해 골든타임 안에 치료받은 덕분이다.
9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오후 3시 35분께 경기 파주시 와동동에 있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A씨는 38층에서 추락해 22층에 설치된 안전망에 떨어지며 의식을 잃었다.
사고 당시 A씨의 상태는 심각했다. 손상 중증도 점수(ISS·Injury Severity Score)가 15점 이상이면 중증외상환자로 분류되는데 A씨는 29점으로 판정될 만큼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그만큼 생존 가능성도 희박했다.
신고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가까운 파주의료원으로 옮겼으나, 의료원은 서둘러 상급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판단, 응급조치와 동시에 '의사 탑승 소방 헬기'(Heli-EMS)를 요청했다. 사고 1시간 만에 A씨는 헬기에 태워졌고, 약 40분 뒤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해 응급 수술을 받았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은 A씨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기적처럼 의식을 회복해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A씨는 사고 23일 만인 지난 8일 퇴원하며 "의료진과 소방대원 등 많은 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환자 한 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줬다"며 "이런 분들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주치의인 김마루 외상외과 교수는 "15층 높이에서 추락한 뒤 생존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이다."라며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의료진 모두가 한마음으로 치료에 전념한 결과 환자가 건강을 회복해 퇴원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A씨를 이송한 소방 헬기에도 탑승해 A씨를 치료했다.
권역외상센터 조항주 센터장은 "A씨의 퇴원은 지난 한 해 쉼 없이 달려온 권역외상센터 의료진과 지역사회에 큰 선물이 됐다. 이번 사례는 의료진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만들어낸 생명의 기적"이라며 "앞으로도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을 지키며 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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