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기계, 애니메트로닉스
전기 모터·유압 기계장치 동원해 제작
최대한 리얼하게…기계 공학이자 예술
세계 최대의 콘텐츠 업체 '디즈니'의 정점은 테마파크다. 디즈니랜드라는 거대 놀이동산에는 그동안 디즈니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인수한 지식재산권(IP)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가 즐비하다. 특히 이런 테마파크에는 현장감을 더해주는 현실적인 '로봇'들이 설치돼 방문객을 놀라게 한다.
이 로봇들은 마치 인형 탈을 쓴 사람처럼 정교한 움직임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사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니다. 오히려 자동차 공장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업용 설비에 가깝다. 대신 상상력과 예술적 감각을 더해, 산업 로봇을 인간처럼 흉내 낸 것이다. 이런 작업을 수행하는 공예가들을 '애니메트로닉스 엔지니어'라 칭한다.
인형에 움직임 불어넣는 장인들
애니메트로닉스는 영어단어 '생기 있는(Animate)'과 '전자기계공학(Mechatronics·메카트로닉스)'을 합친 합성어다. 문자 그대로 전기·전자와 정밀 기계를 합쳐 인형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뜻한다. 애니메트로닉스에 종사하는 공업 전문가를 흔히 미국에선 '애니메트로닉스 엔지니어'라고 부른다.
애니메트로닉스의 기원은 수백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7세기 당시 유럽에선 복잡한 태엽 장치로 동물의 움직임을 모사한 '자동인형'을 만들어내는 공예가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초기 애니메트로닉스 엔지니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현대적인 애니메트로닉스는 디즈니의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가 1961년 낸 특허에서 시작됐다. 당시 디즈니는 유압식 기계 장치로 새 장난감을 만들어 영화, 테마파크 내 소품으로 사용했는데, 이런 장치는 어린 고객들과 학부모들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디즈니는 애니메트로닉스만 만들어내는 전문 부처를 설립하고 엔지니어들을 양성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진짜 동물이나 사람 같은 동작을 취할 수 있는 애니메트로닉스를 제조한다.
어설프게 만들면 공포감만…공학자이자 예술가
애니메트로닉스의 종류는 다양하다. 소규모 이벤트용 '설치 장난감'은 단순한 반복 동작만 수행하는 반면, 디즈니 테마파크 등에서 볼 수 있는 애니메트로닉스는 진짜 사람 같은 동작을 취하거나 현실적인 표정 변화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골자는 똑같다. 인공 피부 안에는 수많은 전기 모터와 액추에이터(유압식 구동장치)가 있으며, 이런 장치들이 좌우, 혹은 상하로 이동하며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런 기계 장치는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봇 팔과 동일한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모든 애니메트로닉스는 사전에 이미 입력된 동작만 반복 수행할 수 있다. 단지 테마파크를 관람하러 오는 고객들에게 '인형이 살아있다는 착각'을 주기 위해 매우 복잡한 사전 프로그램과 연출 장치를 구현할 뿐이다.
이 때문에 애니메트로닉스 엔지니어들은 기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할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감각과 관찰력도 요구된다. 서투르게 만든 자동인형은 기괴한 움직임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에게 공포감만 유발할 수 있기에, 애니메트로닉스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하나하나씩 공들여 완성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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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애니메트로닉스 엔지니어들은 어지간한 공장 자동화 엔지니어들과 마찬가지로 고임금을 받는 기술 전문직으로 대우받는다. 미국의 직업 연봉 정보 사이트 '인디드' 등에 등록된 자료를 종합하면 11~13만달러(약 1억6000~1억8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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