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재난지역 선포...이탈리아 방문도 취소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 일대에서 대형 산불이 잇달아 발생하며 최소 5명이 사망했다. 해안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국지성 돌풍을 타고 확산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다른 산불까지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면서 상황은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 차원의 대응을 위해 이탈리아 방문을 취소했다.
8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전날 오전 LA 해안가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산불은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로 인해 빠르게 번졌다. 여기에 전날 밤 캘리포니아 이튼, 허스트에서 추가 산불이 발생한 데 이어 이날엔 우들리, 올리바스, 리디아에서도 산불이 보고됐다. 이날 저녁엔 LA의 명소 할리우드 사인이 세워진 할리우드힐스 인근에서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하며 '선셋 파이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크리스틴 크롤리 LA 소방국장은 팰리세이즈 산불로만 1만5800에이커 이상이 불에 타고 1000개 이상의 건물이 소실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LA 역사상 가장 큰 산불 피해다. 해당 지역에는 현재 소방인력 1800명가량이 투입돼있다. 이튼 산불은 1만600에이커, 허스트 산불은 260에이커, 리디아 산불은 340에이커를 각각 집어삼킨 것으로 파악됐다. CNN방송은 우들리 산불의 경우 30에이커를 태운 뒤 현재 진압된 상태라며 "(우들리를 제외하고) 현재 LA카운티에서 발생 중인 산불만 6건이다. 소방관들이 역사적인 화재 상황에서 (불길과)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CNN 자체 집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LA카운티 내 15만명 이상에 대피령이 내려진 것으로 파악된다.
일간 뉴욕타임스(NYT) 역시 "산불로 인해 이날 저녁까지 5명이 사망했고, 2만5000에이커 이상이 소실됐고, 10만명 이상이 의무대피대상이 됐고, 수십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길가의 나무들이 거대한 횃불처럼 타오르고 있다면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의 소화전에서는 물이 거의 말라붙었고, 공중에서 물을 뿌리는 헬리콥터는 돌풍에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다"고 화재 진압의 어려움도 주목했다.
특히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으며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캘리포니아주는 개빈 뉴섬 주지사의 비상사태 선언 직후 현장에 소방수, 주방위군 등 7500명 이상의 구조 및 응급 인력을 투입하고 비상 대피소 운영을 확대했으나 화재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앤서니 마론 LA카운티 소방서장은 "1~2건의 대형 산불에는 대비가 돼 있었지만 4건에는 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며 진화 인력 및 자원 부족을 호소했다. 다만 초기 진압을 어렵게 했던 강풍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이로 인해 앞서 운항이 중단됐던 헬리콥터 등도 소방 활동에 다시 투입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를 대규모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 차원의 복구 지원을 명령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조치에 따라 LA카운티 내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는 연방 자금, 임시 주거비용, 각종 수리 및 재산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저금리 대출, 기타 프로그램의 지원이 이뤄진다.
손녀의 출산을 위해 며칠 전부터 LA를 방문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LA카운티 산타모니카 소방서를 찾아 직접 브리핑을 받았다. 9일부터 이탈리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취소했다. 백악관은 "며칠간 연방 차원의 총력 대응을 지휘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재임 기간 마지막 해외 순방이 될 이번 이탈리아 방문 기간 프란체스코 교황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 등을 만날 예정이었다.
오는 20일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LA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정한 재앙"이라고 평가하며 민주당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 탓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뉴섬 주지사가 캘리포니아 주민보다 물고기 스멜트를 보호하기 위해 물 복원 선언에 성명을 거부했다면서 "이 모든 것은 그(뉴섬)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진 추가 게시글에서도 "지금 이 순간까지 ‘개빈 뉴스컴(Gavin Newscum·개빈 뉴섬+찌꺼기를 뜻하는 스컴)’과 그의 LA팀은 화재를 0%도 진압하지 못했다" "소화전에는 물이 없고, 연방재난관리청(FEMA)에는 돈이 없다. 이것이 조 바이든이 내게 남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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