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을 이사로 영입했다. 이달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화이트 회장,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기술전문투자자 찰리 송허스트, 존 엘칸 엑소르 CEO 등 3명이 메타 이사회에 새롭게 합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인공지능(AI), 웨어러블, 소셜 미디어의 미래에 엄청난 기회를 앞두고 있다"며 "이사회는 우리 비전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선임으로 메타 이사회 구성원은 저커버그 CEO를 포함해 총 13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번 이사 선임은 앞서 메타가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공화당 인사인 조엘 카플란을 메타의 글로벌 정책담당자로 승진시킨 직후 이뤄져 눈길을 끈다. 함께 이사에 선임된 송허스트와 엘칸 CEO가 기술분야와 재계에서 각각 이름이 알려진 인물임을 고려할 때 화이트 회장이 포함된 것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저커버그 CEO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이종 종합격투기 대회 설립자인 화이트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지난해 대선 기간 유세 일정에 동행했을 정도로 측근이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에는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UFC 경기에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화이트 CEO는 트럼프의 재선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이번 선임은 메타 최고위층에서 우경화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뤄졌고, 저커버그 CEO는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 그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새로운 행정부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일련의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2020년 대선 당시 저커버그 CEO가 교도소에서 여생을 보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할 정도로 그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이 일으킨 2021년 1월6일 의사당 폭동 사태를 계기로 페이스북이 트럼프 당선인의 계정을 차단하자 이들의 갈등은 한층 악화했다.
다만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를 하는 등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취해온 상태다. 대선 직후에는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기 위해 플로라다 마러라고 자택까지 찾아가는가 하면, 트럼프 취임식을 위해 100만달러(약 14억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화이트 회장을 소개하며 "UFC를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고 빠르게 성장하며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며 "기업가로서 존경스럽다. 그렇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든 그의 능력에 감탄한다"고 소개했다. NYT는 최근 몇 년간 저커버그 CEO가 격투기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화이트 회장과 유대감을 형성해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2023년에는 저커버그 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이의 이른바 '현피' 논란 당시 화이트 회장이 승부를 중개하려고 시도했다고도 덧붙였다.
화이트 회장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나는 소셜미디어를 좋아한다"며 "AI와 새로운 기술의 미래에 작은 역할이나마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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