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지분 투자 이어 콜옵션 행사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발판 마련
대표 직속 '미래로봇추진단' 신설
삼성전자가 코스닥 상장 로봇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본격적인 로봇 사업 확장에 나선다.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기존 14.71%에서 35%로 늘리며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 미리 정해진 조건으로 추가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추가 지분 20.29%를 약 2674억원에 취득한 것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약 868억원을 투자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Lab)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2021년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뒤 지난해 4월 미국 일리노이주에 영업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LIG넥스원, 구글, 미 해군연구소(NRL), 미 국립과학재단(NSF) 등에 실제로 자사 로봇을 공급하고 한국천문연구원과 협력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아왔다.
◆미래로봇추진단 신설…지능형 로봇 개발 박차= 삼성전자는 로봇 기술 개발에 전담 조직 미래로봇추진단도 신설했다. 단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 멤버이자 레인보우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선임됐다. 오 교수는 삼성전자 고문도 겸직한다. 오랜 기간 축적한 로봇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로봇 개발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 조직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직속으로 운영되며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 로봇 기술 연구와 원천 기술 확보에 집중한다. 삼성전자는 자사 AI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 기술과 융합해 첨단 지능형 로봇 개발을 가속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시너지협의체’를 신규 운영하며 두 회사 간 협력을 강화한다. 이 협의체는 로봇 기술 개발, 사업 전략 수립, 해외 시장 수요 발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성장을 도모한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양팔로봇, 자율이동로봇 등을 제조와 물류 분야 업무 자동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들 로봇은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현장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함으로써 작업 효율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해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국내 로봇 기술의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증하며 두 회사의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미래전략 '로봇·AI 중심' 확대=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건 로봇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재용 회장은 2021년 8월 로봇과 인공지능(AI), 바이오, 차세대 통신 등 차세대 먹거리에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9월 의료기술(메드텍), 로봇, 전장, 친환경 공조 설루션 등 4가지 핵심 영역을 정하고 차세대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4'에선 "올해 AI 기능을 적극 도입해 로봇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한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지난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고 올해 5월에는 차세대 지능형 로봇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로봇 개발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결국 두 회사 ‘윈윈(Win - Win)’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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