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올려둔 대출 가산금리를 내리지 않으면서 예대금리차가 2년여 만에 최대 수준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와중에서다. 다만 금융권에선 새해부터는 가계부채 포트폴리오 관리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이런 추세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월18일부터 ▲신한 쏠(SOL) 통장 ▲신한 땡겨요 페이 통장 ▲신한 군인행복 통장 등 3개 상품의 우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한다.
신한SOL통장의 경우 카드, 투자증권, 라이프 중 1개 거래를 충족한 경우 부여되는 우대 금리가 1.90%에서 1.40%로, 2개 이상 거래를 충족한 경우 부여되는 우대 금리가 2.40%에서 1.90%로 각기 0.50%포인트씩 축소된다. 이외 신한 땡겨요 페이 통장, 군인행복 통장의 경우도 조건 충족 시 부여되는 우대 금리가 2.90%에서 2.40%로 줄어든다.
이런 수신금리 인하는 비단 신한은행만의 일은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전날 거치식예금 5종과 적립식 예금 8종의 수신상품 기본금리를 0.05~0.20%포인트 인하했다. 일례로 대표 예금 상품인 KB스타(Star) 정기예금은 1.80~2.60%에서 1.80~2.40%로 0.20%포인트 내린다. 이외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12일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인하했고, 하나은행은 20일 0.25%포인트, 농협은행은 지난 27일 0.05~0.2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3.365%에 달하던 금융채 1년물 금리는 지난 27일 기준 3.038%까지 내려온 상태다. 은행채 1년물 금리는 통상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준거 금리로 활용된다.
수신금리가 빠르게 빠지는 가운데 대출금리는 요지부동하면서 하향 추세이던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 예대금리차는 모두 1%포인트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모두 1%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3년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기 전월 대비 0.09%포인트, 0.07%포인트 상승한 1.27%포인트였다. 하나은행은 0.11%포인트 오른 1.19%포인트, 우리은행은 0.21%포인트 상승한 1.02%포인트로 집계됐다. 신한은행 만이 0.01%포인트 내린 1.00%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예대금리차 확대의 배경엔 각 은행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지난 8월 이후 높은 가산금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은 데 있다. 당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도입시점이 기존 7월에서 9월로 연기된 데 따라 지난 7~8월 간 막판 대출수요가 급증하자 당국과 은행은 대출 총량·한도제한과 함께 가산금리 인상으로 이에 대응한 바 있다.
국민은행을 예로 들면 가계 정기예금(1년) 금리는 지난 7월 말 3.37%에서 지난달 말 3.30%로 0.07%포인트 하락했지만,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 대출금리는 지난 7월 말 3.89%에서 8월(4.09%), 9월(4.39%), 10월(4.59%), 지난달 말 4.63%로 매월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새해부터는 예대금리차 확대 추세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해부터는 연중 적용된 가계대출 포트폴리오 관리 부담을 덜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은행은 새해부터 일부 대출 규제를 해제키로 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새해부터 가계부채 포트폴리오 관리가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만큼 관련 부담에서 자유로워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비상계엄 및 탄핵사태 등으로 정국은 물론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데다 대출 증가 폭도 이전 대비 상당 폭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상대적인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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