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방공망에 걸려 격추 의혹, 첫 인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흘 전 38명이 숨진 아제르바이잔 항공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이는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의 방공망에 걸려 격추됐다는 의혹을 처음으로 인정한 발언이다.
연합뉴스는 타스, 로이터, AFP 통신 등을 인용해 2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이날 알리예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영공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사과하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통화가 푸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AFP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통화에서 러시아가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사고 당시 러시아 방공망이 우크라이나 전투 드론을 격퇴하고 있었다고 밝혀 사실상 책임을 인정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도 전화해 이번 여객기 추락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에 애도를 표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이 추락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위해 지속해서 연락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지난 25일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 J2-8243편이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 공항에 착륙하던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 3명 등 67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이후 아제르바이잔 항공은 여객기 추락 사고에 대한 예비조사 결과 “외부로부터 물리적·기술적 방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러시아 항공당국도 여객기의 목적지였던 그로즈니 쪽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공격에 대한 ‘대응 조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사고 원인 조사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사고 여객기를 자국 영공에서 이탈시키고 위성항법장치(GPS)를 교란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의 방공망에 걸려 격추됐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지만 러시아 측은 섣부른 추측을 삼가야 한다며 사고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전날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미사일 또는 그 파편에 맞았다는 예비조사 결론을 내놓자 푸틴 대통령은 그로부터 하루 만에 격추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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