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서 살인 혐의 있던 용의자"
"반이슬람·극우 성향"…사건동기 파악 난항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무차별 차량돌진 테러를 벌인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용의자에 대해 사우디 정부가 수차례 독일정부에 신병인도를 요청하며 테러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독일에서 정신과 의사로 활동해 온 반이슬람·극우성향 인물로 범행동기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독일 당국은 유사한 테러를 막기 위해 보안상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우디 정부의 경고를 무시했다는 책임론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부터 경고한 사우디 정부…"테러범 인도요청 독일이 무시"
22일(현지시간) CNN은 사우디아라비아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는 독일에 이번 차량돌진 테러범에 대한 위험성을 2007년부터 4차례 이상 공식 경고했다"며 "3개의 경고는 독일 정보당국에, 나머지 1개는 독일 외무부에 전달됐지만 경고들은 모두 묵살됐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마켓에서 사우디 출신 용의자인 탈레브 알 압둘모센이 차량돌진 테러를 벌여 5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CNN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2007년부터 이듬해까지 압둘모센이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인물이라며 독일 정부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지만, 독일 정부는 인도요청을 거부했다.
압둘모센은 2006년 독일로 건너와 영주권을 취득했으며, 테러가 발생한 마그데부르크에서 약 40km 정도 떨어진 소도시인 베른부르크에서 정신과 의사로 활동했다. 현재까지 조사에서 공범은 드러나지 않았으며, 압둘모센은 이번 테러 범행을 단독으로 준비해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이슬람·극우성향의 테러범…"범행동기 여전히 안갯속"
압둘모센은 테러 직후 현장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지만, 아직도 독일 당국은 그의 정확한 범행동기를 찾아내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사 초반 압둘모센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일원으로 여겨졌지만, 막상 그의 신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그가 반이슬람주의자이자 독일 내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인물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사에 혼선이 생겼다.
압둘모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옛 트위터)에 "독일이 국내외에서 사우디 출신 여성 망명자들을 쫓아내 삶을 파괴한다"며 "독일이 유럽을 이슬람화하고 있다"는 불만 글을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그데부르크 검찰도 "용의자인 압둘모센은 사우디 출신 난민에 대한 처우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압둘모센은 중동에서 여성들이 박해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자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으며,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독일대안당(AfD)을 지지하는 콘텐츠 또한 공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내년 2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 정계는 이번 테러로 한치 앞을 알기 힘들어졌다. 이번 테러가 독일에서 확대되고 있는 반이민 정서를 더 키우게 될지, 아니면 극우정당의 폭력성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게 될지에 따라 총선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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