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매년 성금 전달
이름·얼굴 안 밝혀진 익명 기부자
2000년부터 25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에 익명으로 성금을 기부하는 전북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주민센터를 찾았다.
20일 전주시에 따르면 '얼굴 없는 천사'는 이날 오전 9시26분쯤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에 성금 상자를 두고 자취를 감췄다. 당시 노송동 주민센터에는 발신자 표시 제한을 한 전화가 걸려 왔는데 발신자는 "기자촌 한식 뷔페 맞은편 탑차 아래 (성금 상자를) 뒀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 주세요"라는 말만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주민센터 측은 "40~50대 남성 목소리였다"고 전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황급히 약 230m 떨어진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는 발신자가 말한 대로 A4 용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상자에서는 오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든 돼지저금통, 편지가 나왔으며, 편지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성금 액수는 총 8003만8850원이었다.
25년째 '얼굴 없는 천사'가 누적 기부한 액수는 총 10억4483만6520원에 이른다. 지금껏 이름과 얼굴 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그는 해마다 성탄절 전후 상자에 성금 수천만 원~1억원과 함께 편지를 넣어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달하고 사라져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린다. 그동안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성금으로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등 소외 계층에 현금 또는 쌀·연탄·난방 주유권 등을 지원해 왔다. 올해 받은 성금 또한 지역 학생을 위한 장학금과 소년·소녀가장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한편 전주시는 지난 9일 '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 등 명예도로명의 사용을 2030년 1월 5일까지 5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명예도로명은 법적 도로명은 아니지만 지역 문화와 특징을 표현하고 지역 주민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부여한 것으로, 전주시에서는 ▲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 ▲인쇄문화거리 ▲국민연금로 등 3개의 명예도로명을 사용한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본받고 그 뜻을 널리 알리고자 인봉로 일부 구간을 '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로 지정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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