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책임론 부각에 오 시장은 단합 강조
관광, 투자사 이어 건설업계와 지원책 논의
신중함 유지하는 오세훈… 빠르게 몸 풀수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후 당 단합을 요구하고 나섰다. 탄핵 반대에 나섰던 일부 인사들이 당 지도부 총 사태를 요구하며 책임론을 부각하는 반면 분열을 더 우려하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사회·경제적 안정'부터 먼저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1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건설업 관계자들과 함께 건설경제 분야를 점검했다. 지난 10일 경제단체를 시작으로 관광업계(11일), 자치구(12일), 외국계 금융·투자기업(13일)에 이은 5번째 비상경제회의다.
여기에는 시민들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지켜내겠다는 오 시장의 의지가 담겼다. 이날 오 시장은 환율 급등, 고금리, 원자재 가격상승 등의 대내외 변수를 우려하며 공공공사의 신속 발주·착공을 비롯해 건설 근로자 소득 안전장치 마련, 공공기여 비율 완화를 약속했다. 건설사들의 수주를 지원하고 향후 각 프로젝트에 대한 장벽들을 낮춰 원활한 수익 활동까지 보장해주겠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건설업계의 소통 강화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건설혁신 정책포럼'을 상설 소통 창구로 격상하는 방안도 내놨다.
오 시장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후에도 "지난 며칠간 국내·외 경제의 최전선에 서 있는 분들의 말씀을 경청해 왔는데, 그분들의 요청은 절실했다"며 경제 분야 정상화를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전하며 이를 위해 "헌재의 공정하고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권 중진으로서의 소신도 이어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던 오 시장은 14일 "당은 이 일로 분열하지 말고 다시 뭉쳐 일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의 메시지를 현 당 지도부 체제에 대한 유지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지도부 체제나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 등에 대한 세부 입장을 전한 것이 아니라 분열하지 말고 뜻을 모아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또 다른 잠룡인 홍준표 대구시장 등 탄핵 반대에 섰던 단체장들이 당 지도부 총 사태를 요구하며 책임론을 강조하는 것과는 분명한 노선차가 있다. 홍 시장의 경우 친한계를 '레밍'(나그네쥐)으로 까지 비난하고 "반란에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며 찬성표를 던진 지역구 의원들의 제명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도 오 시장은 당분간 민생 행보에 집중하면서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은 이날 오전 한동훈 당 대표에 대한 거취 입장 표명이 첫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출직 위원 전원이 사퇴해 당 지도부는 붕괴한 상태지만 한 대표는 당 대표 유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 대표가 물러나면 권성동 원내대표가 권한 대행을 맡는다. 이어 비대위로 전환하는 절차가 이어지고 비대위는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나선다. 이후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조기 대선 모드에 돌입한다. 오 시장과 홍 시장 등 대권 잠룡들의 몸풀기가 빠르게 이어질 수 있는 시점이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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