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만의 정부 불신임안 가결로 내각 붕괴 위기에 놓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은 5일(현지시간) 야당의 사임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일 내 미셸 바르니에 총리 후임을 지명하겠다고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저녁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모든 의회 그룹에 양보했음에도 정부가 불신임받았다"고 유감을 표하며 "극우와 극좌가 반(反)공화주의 전선을 만들어 예산안과 프랑스 정부를 무너뜨리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하원은 전날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발의한 정부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쳤고, NFP, 극우 국민연합(RN)과 그 동조세력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며 가결됐다. 이에 따라 바르니에 총리와 그가 이끄는 내각 총사퇴로 프랑스 정국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이 좌파와 극우 진영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야권의 대통령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여러분이 민주적으로 위임해 준 권한은 5년이며, 나는 끝까지 그 권한을 온전히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차기 정부의 우선순위는 "예산"이라며 "공공 서비스와 국가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12월 중순 이전에 특별법이 의회에 제출될 것"이라고 의회 협조를 당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며칠 내로 후임 총리를 임명하겠다"면서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를 구성하도록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에게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를 구성하도록 맡길 것"이라며 "정부에 참여할 수 있거나 최소한 정부를 불신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정치 세력들로 이 정부는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차기 총리 후보로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국방부 장관,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MoDem)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올해 38세로 차기 총리 후보 중 가장 어린 르코르뉘 국방부 장관은 원래 공화당 소속이었으나 2017년 대선 이후 탈당해 마크롱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인물이다. 최근 프랑스 국방비 지출 증가 및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 군 현안을 감독했다. 제5공화국 최단기 재임 총리로 역임한 카즈뇌브 전 총리는 2022년 국민의회 선거를 앞두고 사회당에서 탈당했다. 지난 9월에도 총리 후보로 거론됐었다. 이 밖에 바이루 대표는 과거 에두아르 필리프 내각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으나 보좌관 허위 고용 혐의로 1개월 만에 사임했다. 이후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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