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재현…역사 되돌릴 순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간밤 비상계엄을 선포·해제하는 과정에서 서울 시내에 장갑차가 출몰하고,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난입해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재현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봄'은 전두환과 노태우가 주도한 12·12 군사쿠데타를 그린 영화로, 지난해 11월22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1312만명이 봤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된 직후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계엄사령관이 된 전두환이 그해 12월12일에 노태우 등과 함께 군사반란을 일으킨 사건을 그렸다. 극 중 전두광(전두환)은 군인들을 동원해 서울을 장악하려 하고, 광화문을 비롯해 곳곳에 장갑차와 탱크를 동원해 막아선다.
영화 속 모습이 현실과 겹친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는 무장한 군인과 시민이 대치했다. 몰려온 시민들은 국회 진입하려는 계엄군을 막아서자 계엄군은 군용 헬기를 타고 국회에 난입했다. 시내에 장갑차까지 출몰했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계되며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SNS 실시간 검색어(트랜드 키워드)에는 '비상계엄'과 '서울의 봄'이 올라왔고, 온라인상에서 '용산의 봄' '서울의 겨울' 등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중국 네티즌들은 당시 상황을 '서울의 봄 후속편'이라 표현하며 주시했다. 중국 SNS 웨이보와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한국 계엄령 관련 소식이 1위에 올랐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980년 '서울의 봄' 군부가 저질렀던 상황이 21세기에 재현됐다"고 말했다. 독일에 체류 중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귀국 의사를 밝히며 "또다시 서울의 봄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27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다고 선언하고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전날 밤 10시25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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