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에 빵집 앞에 몰린 군중…3명 압사
UN "즉각적 개입 없으면 식량위기 심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1년을 넘긴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식량 위기'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자지구의 한 빵집 앞에서 식량난 탓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팔레스타인인 3명이 압사한 것이다.
29일(현지시간) CNN,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중부의 한 빵집 밖에 줄을 서 있던 팔레스타인 10대 소녀(13세, 17세) 2명과 50대 여성 1명 등 총 3명이 압사했다.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흐에 있는 빵집들은 지난주 밀가루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가 사고 당일 소량의 밀가루 재고로 빵을 만들어 매장에 내놓았다. 굶주림에 지쳐있던 가자지구 사람들은 빵집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몰려들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데이르 알-발라흐에 있는 한 빵집 앞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이들이 서로 빵을 사려 밀치면서 아수라장이 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쏟아지며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한 현장에서는 결국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목숨을 잃은 17세 소녀의 아버지인 오사마 아부 알-라반은 AP에 "아내는 딸이 빵을 구하려다 인파에 짓눌려 압사했다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그저 질식했다는 소식만 듣고 정신을 잃었다"면서 "딸을 군중 속에서 구출했을 때 이미 압사한 후였다"고 괴로워했다.
이스라엘이 가자 북부에서 군사 작전을 이어가면서 식량 위기로 인한 굶주림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AP통신은 30일 "가자지구 전역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소규모 빵집 및 자선 구호단체에 겨우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29일 "빵은 가자 주민들이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식량"이라면서 "그런데 이마저도 이제는 구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자 중부의 모든 빵집이 심각한 공급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고 부연했다.
현지 주민인 카람 아팔리는 빵집 앞에서 10대 소녀들 등 3명이 압사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빵집 앞에 여전히 줄을 선 채로 "이곳의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나는 빵 한 덩어리를 얻기 위해 4시간째 줄을 서 있다"고 CNN에 말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지난 18일 "밀가루 부족으로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흐와 남부 칸유니스에 있는 유엔 지원 빵집 8곳이 모두 몇 주 동안 원료를 줄여 사용하는 등 많은 빵집이 문을 닫아야 했다"면서 "즉각적인 개입이 없다면 식량 부족 문제는 더 심화할 것이다. 생존을 위해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200만명 이상의 삶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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