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신청 146종 중 합격 도서 76종
학교, 전시본 보고 채택 여부 결정
학부모 "디지털 과몰입" 우려 여전
법 개정으로 '교육자료' 될 수도
2025년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될 AI 디지털교과서가 베일을 벗었다. 12개 출원사의 76종 AI 디지털교과서가 검정을 최종 통과한 가운데, 다음 달이면 실물을 볼 수 있게 된다.
29일 교육부는 이날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합격 도서 명단 76종을 관보에 게재했다. 지난 9월 검정 심사를 시작한 뒤 이달 이의신청 심사까지 마친 최종 합격본이다. 다음 달 2일 각 학교에 전시본이 배포되면 학교별로 채택 여부를 결정해 내년 1학기부터 현장에 도입된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대상은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다. 학생별 능력과 수준에 맞게 AI 디지털교과서의 분석에 따라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개인별 선생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도입 3개월 전인 이날에 이르러서야 실물이 공개되면서 교사들이 사용법을 숙지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가 진행됐지만, 실제 교과서가 아닌 '프로토타입'이 활용됐다.
학부모들은 디지털 과몰입이나 유해 사이트 우회 등을 우려한다. 기존의 학습용 디지털 단말기에서도 이를 차단할 수 있도록 단말기 관리 프로그램(MDM) 등을 설치했지만, 이른바 '탈옥' 등 다양한 우회 방법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도입 과목 조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국어·기술가정 과목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당초 내년 영어·수학·정보·국어(특수교육) 과목에 도입한 뒤 2026년 국어·사회·과학·기술가정 등으로 과목을 늘릴 계획이었는데,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문해력 저하 등을 우려하며 국어·기술가정 과목을 AI 디지털교과서에서 제외하거나 적용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도입 일정 변경을) 현재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전국 학교에서 의무 사용하도록 규정된 '교과서'와 달리, 교육자료로 규정될 경우 학교장이 자율 선택할 수 있다. 법안을 단독 통과시킨 야당은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며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자료는 초·중등교육법상 무상 의무 교육 대상이 아니므로 학생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고 지역 간, 학교 간 교육 여건에 따라 사용 여부 차이로 교육격차 학습격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수당인 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인다면 법안 통과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학교급별 검정을 통과한 AI 디지털교과서는 초등 26종, 중등 16종, 고등 34종이다. 초등학교 영어 과목에서는 ▲천재교육 ▲동아출판 ▲아이스크림미디어 ▲천재교과서 ▲와이비엠이 심사를 통과했다. 초등 수학에는 ▲와이비엠 ▲천재교과서 2곳이 통과했다.
중학교 수학에서는 ▲비상교육 ▲교학사 ▲천재교과서가 선정됐다. 영어는 ▲비상교육 ▲엔이능률 ▲지학사 ▲미래엔 ▲동아출판 ▲천재교과서 ▲와이비엠 등 7곳이 검정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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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공통영어는 ▲비상교육 ▲지학사 ▲미래엔 ▲동아출판 ▲엔이능률 ▲천재교과서 ▲와이비엠 등 7곳이다. 공통수학의 경우 ▲비상교육 ▲와이비엠 ▲클래스팅 ▲지학사 ▲천재교과서가 검정 심사에 합격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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