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비방글'에 친윤·친한 다시 갈등
국정쇄신 약속해놓고 자중지란
법적 문제 떠나 명확히 해명해야
집권여당의 모습이 점입가경이다. 느닷없는 ‘당원게시판 댓글’ 논란 때문이다.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의 부인과 딸, 모친 및 장인·장모의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올라왔다고 주장하며 이런 게시물을 올린 인물을 고발했다. 이에 따라 고발 내용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사안이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을 다시 촉발하는 상황이다. 친윤계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금 당원 게시판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분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이것을 그냥 끝까지 뭉개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한 대표의 주도적 해결을 요구했다.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출신 강명구 의원도 "자중지란에 빠지지 않도록 대표님께서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면 될 문제"라며 “알고 계시면 그냥 투명하게 얘기하면 끝날 문제"라고 한 대표를 압박했다. 그런가 하면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양가 어른들과 그 딸의 신원 인증까지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한 대표 부인) 진은정 변호사가 동시간대에 쓰고 로그아웃하고 다른 이름으로 쓰고 글 쓰고 로그아웃하고 이걸 쭉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구체적인 주장까지 했다.
그러나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당 차원의 대응은 소모적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한 대표는 말을 아끼면서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 대표로서 잘 판단해서 대응하겠다"고만 말했다. 가족의 관련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당에서 법적 조치를 예고한 바 있기 때문에 위법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원론적인 대답만 했다. 평소 거침없이 말을 하던 한 대표가 '가족이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이 아니다’는 말을 명확히 하지 않은 데 대해 결국 ‘가족이 했던 일’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친윤계의 기류이다.
물론 한 대표 측에서 ‘댓글팀’까지 운영했던 일이 있었다면 법적인 책임까지 비화할 형사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그런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당원게시판이 갖는 제한적 영향력을 고려해도 상식적으로 당원 게시판에서의 여론조작을 위해 그런 위법적 행동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는 없는 차원이라 해도 만약 가족이 행한 행위라면 그 사실 여부에 대한 설명을 분명하게 하는 것은 한 대표의 몫이다. 한 대표는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이 문제에 관해 확인된 설명을 하고 혹여 사과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리해야 하는 정치적 문제이다.
그렇다고 이 사안을 과거 대선 때의 ‘드루킹 사건’에 비유하며 논란을 키우는 여권 일각의 모습도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 여권 내부가 고작 ‘당원게시판 댓글’ 문제에 매달려 서로 대결하고 있을 때는 아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국정과 인사의 쇄신을 말했으니 그 후속 조치를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일도 여당으로서는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이슈를 ‘당원 게시판 댓글’ 논란이 덮어버리고 있는 여당 내부의 모습은 생뚱맞기 이를 데 없다. 국민들이 가려워하는 곳은 긁어주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자기들의 다리만 긁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 친윤계와 친한계의 대립을 보면 과거 한나라당 시절 이명박계와 박근혜계의 대결을 능가한다. 국민들은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며 정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이런 자기들 내부 문제는 조속히 해결하고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해야 할 일이다. 대체 ‘무엇이 중헌지’, 여권세력은 정신을 차려야 할 때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