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 사고 후 구호 조치 없이 도주
대포폰 사용하며 장기간 도피 이어가
연인 탄 오토바이 들이받아…여성 사망
검찰이 음주운전 후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해 사망사고를 낸 '마세라티 뺑소니범'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2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를 받는 김모씨(32)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씨의 범행으로 20대의 피해자가 젊은 나이에 생명을 잃었다"며 "그런데도 김씨는 구호 조치 없이 사고 직후 도주해 상당 기간 도피를 이어갔다"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공범 오모씨(33)에 대해서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9월 24일 새벽 3시 11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소주 2병 이상을 마신 상태로 마세라티 차량을 운전하다가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동승자인 20대 여성이 사망했고, 운전자인 남성은 중상을 입었다. 김씨는 사고 직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도주했다. 오씨는 김씨가 사망사고를 내고 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텔레그램을 통해 대포폰을 제공하는 등 그의 도주를 도왔다.
사건 당시 피해자들은 시민 신고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여성 동승자는 끝내 사망했다. 배달 기사로 일하던 오토바이 운전자는 여자친구와 퇴근길에 변을 당했다. 목격자 진술로 "사고 직후 오토바이 운전자가 2~3분 있다 고개를 들더니 '내 여자친구는 죽었어요?'라며 오열했다"라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의 도주를 도운 공범 2명을 추가로 불구속 송치했다. 또 김씨의 불법 사이버도박 연루 정황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사고 차량이 대포차로 확인됐고 관련 법인 명의로 등록된 대포 차량 10여대도 확인해 해당 법인 대표 등 4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최후진술에서 김씨는 "제가 저지른 사고로 고통받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사죄를 드린다"라고 말했지만, 피해자 측은 재판부에 엄벌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병원 치료를 받는 가운데에도 법정에 출석해 눈물을 흘렸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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