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까지 식품사 평균 영업이익률 7%
유통3사 1.4%…할인경쟁 여파 뒷걸음
식품사, 해외 매출 견인 가격인상 효과
올해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 국내 식품 제조사들이 수익성을 대폭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제조사는 내수 부진을 해외 수출에서 만회하고 신제품 출시 효과까지 봤지만, 유통사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한 할인 경쟁을 벌이면서 영업이익률이 제자리걸음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 제조사들은 유통사들과 영업이익률 격차를 벌렸다. CJ제일제당·농심·대상 등 17개 주요 식품 상장사들의 올 1~3분기 영업이익률은 6.9%로, 지난해 같은 기간(6%)보다 0.9%P 올랐다. 이들 식품 제조사 가운데 1~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오른 곳은 13곳이었다. 농심(1426억원), 오뚜기(1983억원) 등이 전년과 비교해 각각 영업이익이 17.6%, 6.8% 감소했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회사는 삼양식품이었다. 올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 20.5%를 기록했다. 이어 오리온(17.1%), 하이트진로(9.47%), 해태제과(8.1%), 삼양사(6%) 등 순이었다. CJ제일제당도 5.37%를 기록해 전년(4.57%)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삼양식품은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3428억원 가운데 785억원이 해외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43%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강달러 현상과 원화 약세로 인한 원자재 부담이 커지면서 내수 분야의 식품사 실적은 전반적으로 하향화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주요 유통사는 영업이익률이 1% 중반 이하로 하락했다. 이른바 '이마롯쿠'로 불리는 이마트와 롯데쇼핑, 쿠팡의 올 1~3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1.4%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2%P 하락했다. 회사별로 올 3분기까지 쿠팡(0.5%)과 이마트(0.6%)가 영업이익률 1% 벽을 넘지 못했고, 롯데쇼핑이 3%로 그나마 체면치레했다.
올 3분기만 놓고 봐도 이마트는 3년 만에 최대 분기 영업이익인 111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5%에 그쳤다. 쿠팡도 올 2분기 검색 알고리즘 조작 의혹 사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된 과징금(1628억원)을 반영해 영업손실을 냈다가 3분기 흑자전환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38%에 그쳤다.
국내 유통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식품 제조사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매출이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올해 소비 침체 속에 과도한 할인 출혈 경쟁이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7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1.9% 감소했다. 소매 판매는 2022년 2분기(-0.2%) 이후 10분기째 감소하며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와우회원 할인, 이마트 가격 역주행 프로젝트 등 유통사들이 경쟁적으로 소비자를 잡기 위한 할인을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블랙프라이데이나 쓱데이, 땡큐절 등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자 저항을 최소화하는 출혈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식품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은 이어지고 있다. 동서식품은 지난 15일부터 인스턴트 커피, 맥심 커피믹스 등의 가격을 평균 8.9% 인상한다. 오뚜기는 지난 9월부터 케첩과 참기름, 볶음참깨 등 24개 제품 가격을 최대 15% 인상했고, 풀무원 차돌된장찌개양념 등 양념류는 2000원에서 2500원으로, 매일유업 상하 밀크파인트 등 아이스크림 제품류도 평균 10.4% 올랐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