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측근 된 머스크 CEO
‘베센트 유력’ 재무장관 자리 놓고도 ‘딴지’
불만 터진 트럼프 참모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주요 인선에 갈수록 개입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참모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선 후보에 대해 자기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하며 트럼프 참모진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선 발표가 대부분 이뤄진 가운데 미 정계 및 언론에서는 재무장관 자리에 누가 오를지를 두고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그간 미국 정계 및 언론에서는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의 스콧 베센트 창업자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그런데 머스크 CEO가 전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CEO를 재무장관 자리에 추천하면서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머스크 CEO는 러트닉을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며 긍정 평가한 반면 베센트에 대해서는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재무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경제 공약인 관세 인상, 비트코인 보유 등을 이행하는 데 핵심 주축을 담당하는 자리다. 베센트 창업자는 지난 15일 보수매체 폭스뉴스를 통해 관세 인상을 옹호했고 지난 10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비판하며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 구상과 발맞출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가운데 WP는 머스크 CEO가 러트닉 CEO를 지지한다는 소식은 트럼프 정권 내 그가 새 행정부 인사 및 정책 결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상당한 두려움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측근 몇 명은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 장관 결정을 아직 저울질하는 가운데 머스크가 자기가 선호하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밀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 당직자들과 접촉하는 한 인사는 WP에 “머스크가 ‘공동 대통령’으로 행동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궤도에서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선거에 1억달러 이상을 지원한 머스크 CEO는 트럼프 당선 이후 외국 정상 통화 및 정권 인수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마러라고 골프장에서 트럼프 손주들과 함께하고,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UFC 대회를 트럼프 및 측근과 관람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또 머스크 CEO가 전날 엑스에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에 “좋은 행동”이라고 공개 칭찬한 것을 두고도 트럼프 참모들은 도끼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국의 관세 인하는 미국 무역적자를 줄여줄 수 있는 만큼 트럼프 당선인이 반길 만한 조치다. 다만 트럼프 참모들로서는 이 또한 머스크 CEO가 경제 정책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의도로 보여 좋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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