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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순경]주취자·노숙인에 둘러싸인 '적진 한복판'…중앙지구대 막내들의 생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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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서 중앙지구대 막내 순경들
야간 근무에만 신고 접수 '최대 80건'
바쁜 일상에도 끈끈히 뭉쳐 다양한 활약

편집자주Z세대가 온다. 20·30 신입들이 조직 문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다. 경찰이라고 제외는 아니다. 경찰에는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성·청소년 등 다양한 부서가 있다. 시도청, 경찰서, 기동대, 지구대·파출소 등 근무환경이 다르고, 지역마다 하는 일은 천차만별이다. 막내 경찰관의 시선에서 자신의 부서를 소개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일과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중앙지구대는 영등포 3가 한가운데 있거든요. 적진 한복판이나 다름없습니다."

[MZ순경]주취자·노숙인에 둘러싸인 '적진 한복판'…중앙지구대 막내들의 생존 일기 박수빈(왼쪽) 순경과 최원 순경이 1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에서 순찰을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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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에 위치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이날 만난 최원 순경(32)과 박수빈 순경(28)은 "지구대가 술집이나 유흥주점이 많은 거리와 바로 맞닿아있다 보니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신고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구역이 바로 이곳"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가장 바쁜 경찰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산하 지구대·파출소 중에서도 중앙지구대는 가장 사건·사고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유흥주점과 노숙인들이 많은 위치적 특성상 신고 접수나 사건 발생 건수가 많아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다른 지구대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5개 팀, 80여명의 베테랑 경찰관들이 배치된 이곳에서 매일 고군분투하는 '막내 순경'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1년 경찰로 임용된 최 순경은 기동부서에 있다가 지난 7월 이곳에 직접 희망해 배치받았을 만큼 열정 넘치는 막내다. 그는 "다른 곳보다 바쁠 걸 알았지만, 그만큼 재미있게 근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며 "와보니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만큼 팀원들과 끈끈하게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중앙지구대로 접수되는 신고와 무전은 끊이지 않았다.


박 순경은 2022년 임용된 후 처음 배치된 중앙지구대에서 2년간 근무하며 다양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중앙지구대 순찰 2팀 선배들은 "박 순경은 주취자 등 상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먼저 나서서 제지할 만큼 겁이 없고 과감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순경은 "젊은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일을 하는 데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MZ순경]주취자·노숙인에 둘러싸인 '적진 한복판'…중앙지구대 막내들의 생존 일기 박수빈(왼쪽) 순경과 최원(오른쪽 두 번째) 순경이 1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에서 순찰을 마친 뒤 선배들과 대화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오후 7시. 주간 근무팀과의 인수인계 및 교대가 이뤄진 후 이들의 야간 근무가 시작됐다. 보통 민원인 응대나 순찰이 주된 일과지만, 중앙지구대의 경우 신고 접수 후 출동해야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야간 근무시간인 오후 7시부터 오전 8시까지 최대 80건의 신고가 접수되기도 한다. 박 순경은 "보통 신고가 들어오면 주취자 관련이 대부분인데, 출동해보면 흉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손에 술병 등 뭔가를 들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며 "숙박업소가 많아 몰카를 찍는 등 성 관련 사건들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앙지구대에서는 워낙 많은 사건이 벌어지는 탓에, 큰 사태로 이어지기 전 빠른 조치가 최우선 과제다. 최 순경은 "보통 지구대들은 신고 한 건에 순찰차 1대가 움직인다면 중앙지구대는 2대씩 총 4명이 거의 기본으로 움직인다"며 "최대한 빠르게, 잘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수많은 주취자와 노숙인을 대하며 각자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최 순경은 "우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라도 눈을 맞춰주며 최대한 풀어드리려고 한다"며 "얘기를 계속 반복하거나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좀 단호하게 말씀드리고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순경은 "이유 없이 그냥 지구대를 방문하시는 노숙인들도 많은데, 아는 얼굴들이 대부분이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 지구대에 있는 경우에는 단호하게 경고하거나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MZ순경]주취자·노숙인에 둘러싸인 '적진 한복판'…중앙지구대 막내들의 생존 일기 16일 오후 8시께 순찰차를 타고 영등포3가 골목마다 순찰에 나섰지만, 시민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모습. 최원 순경(왼쪽)이 연신 마이크에 대고 '지나가겠습니다'를 외치고 있다. 염다연 기자.

오후 8시께부터 함께 순찰차를 타고 30분간 영등포역 인근과 술집 거리를 돌아다녔다.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주말 저녁인 만큼 구름 같은 인파들 사이로 순찰차가 진입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최 순경은 연신 마이크로 "지나가겠습니다"를 외쳤다. 그는 "보통 순찰차가 지나가면 시민들이 잘 비켜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마이크로 '지나간다'고 말해야 겨우 비켜준다"며 "사이렌 울리면 시끄럽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손가락질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박 순경은 "순찰을 하다 보면 보통 술에 취해서 길에서 자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발견하게 된다"며 "그런 경우 깨워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시키거나, 아예 인사불성인 경우에는 지구대로 데려가서 보호조치를 하고 보호자에 인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취 관련 신고는 보통 1차가 끝나는 시간인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 가장 많이 들어온다"며 "비교적 이른 시간이다 보니 특이사항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순찰을 하던 중 영등포역 인근에서 전기자전거와 차량 사이에 교통사고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와 통화를 통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후 5분 내로 현장에 도착했다.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기 자전거 운전자가 차량으로 인해 넘어지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다행히 큰 부상이 발생하지 않아 사고접수 없이 두 운전자 간 합의로 종결됐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전기 자전거 운전자가 무면허로 운전한 사실이 드러나자 운전자는 "사고도 났는데 한 번만 좀 봐달라"고 호소했다. 박 순경은 "별도의 사건이 된 것이기 때문에 봐 드릴 수는 없고, 진술서에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면 하시면 된다"고 단호하게 안내하면서도 "후유증이 무서운 거니까 병원은 꼭 가보셔야 한다"고 했다. 진술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운전자 말에 최 순경은 한 글자씩 써야 할 내용을 불러줬다. 그는 "자전거에 대고 편하게 쓰시라"며 손전등으로 불빛을 비춰주기도 했다.


[MZ순경]주취자·노숙인에 둘러싸인 '적진 한복판'…중앙지구대 막내들의 생존 일기 16일 영등포역 인근에서 전기자전거 운전자의 무면허 사실이 적발된 현장. 최원 순경(왼쪽)과 박수빈 순경(왼쪽에서 두번째)이 운전자의 진술서 작성을 돕고 있다. 염다연 기자

모든 상황이 마무리되고 지구대로 돌아가는 길에 최 순경은 "순찰차를 타면 말조심을 해야 한다"며 "'오늘 좀 한가하네' 이렇게 말을 하면 갑자기 신고가 몰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 또 그는 "경찰을 하며 직업병도 생겼다. 비상구가 어딘지 계속 찾아본다거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 행동이 특이한 사람들이 있으면 유심히 지켜보게 됐다"며 웃었다.


이들은 지구대에 근무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감정 노동'을 꼽았다. 노숙인이나 주취자들이 행패를 부리는 경우 제지하거나 순찰차에 대소변을 보는 경우에 직접 치우기도 해야 하는 육체노동도 쉽진 않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박 순경은 "다른 건 다 괜찮고 마음에 담아두진 않는데, 가족을 들먹이며 욕을 한다거나 할 때는 종일 마음이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최 순경은 "'택시가 잡히지 않으니 데려다 달라'와 같이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경찰관의 말을 안 들을 줄은 사실 몰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보통 경찰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기 어려울 것이란 인식이 있지만,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우 주간과 야간으로 근무가 나누어져 있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시차가 커 몸이 적응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고 당부했다. 최 순경은 "경찰이 되기 전 반도체 설계 쪽 회사에 다녔는데, 월요일에 출근하면 수요일에 퇴근할 정도였다"며 " 출퇴근 시간이 보장돼있고, 업무의 연장이 없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했다. 박 순경도 "남들이 일할 때 쉴 수 있는 날이 많다 보니까 놀러 가도 덜 붐벼서 좋다"며 5조 3교대로 근무가 정해지기 때문에 연차를 이틀만 써도 최대 7일을 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후 7시부터 오전 7시까지 근무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 대기시간이 3시간 정도 있지만 깊게 잠들지는 못해 피곤하다"고 덧붙였다.


[MZ순경]주취자·노숙인에 둘러싸인 '적진 한복판'…중앙지구대 막내들의 생존 일기 최원(오른쪽) 순경과 박수빈 순경이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에서 순찰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매일 같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지만, 이들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아주 사소한 것이다. 중앙지구대에 근무하며 보람이 있었던 순간으로 박 순경은 "신고를 처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주변에 계시던 시민분들이 고생했다고 응원을 해주실 때", 최 순경은 "며칠 전 노트북을 도난 관련 신고를 해결했었는데, 그 시민이 영등포경찰서 칭찬 게시판에 글을 올려줬을 때"를 꼽았다. 이런 노고를 알아주듯 종종 지구대에 아무 말 없이 음료나 치킨을 두고 가는 시민들도 있다.



'막내 경찰'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고민과 목표도 분명했다. 박 순경은 "경찰엔 다양한 부서가 있는 만큼 나에게 맞는 부서를 찾아갈 수 있는 점이 좋다"고 언급했다. 최 순경은 "고달프고 힘든 시간도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경찰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며 "좀 더 유연하고 효율적인 체제를 바탕으로 한다면 경찰 조직이 좀 더 견고해질 것 같다"고 말을 마쳤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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