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년간 자사주 10조 매입' 발표
3개월 내 3조 소각…'주가방어' 강한 의지
삼성전자가 10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강력한 주가 방어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원성이 커지던 개인 투자자들 역시 반색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향후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다. 특히 3조원 상당의 주식은 3개월 내에 사들여 전량 소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8일부터 내년 2월17일까지 장내 매수 방식으로 보통주 5014만 4628주, 우선주 691만 2036주를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다. 나머지 7조원 규모의 자사주에 대해서는 자사주 취득을 위한 개별 이사회 결의 시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활용 방안과 시기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7년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50%를 소각한 바 있다. 이런 노력으로 주당 가치를 높였는데, 7년 만에 다시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다. 당시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소각한 자사주는 보통주 4억5000만주, 우선주 8000만주 등 약 4조8000억원 규모였다.
주주 환원책이 발표되자 개인 투자자들 역시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 투자자는 주식 커뮤니티에 "이재용 회장님 믿고 있었습니다"라며 매입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유통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실적 부진에 더해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미·중 갈등 심화, 반도체 업황 악화 전망 등이 겹치면서,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등 경영진이 자사주를 사들이며 책임 경영에 나섰지만, 주가는 연일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날에는 4년 5개월 만에 '4만전자'로 추락하며 시가총액 300조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날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7.21% 급등한 5만3500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 폭이 과하다는 의견이 꾸준했다. 반도체 수요 전망에 대한 조정이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지적이 있었고, 삼성전자의 과거 수익성과 비교해도 하락세가 과한 만큼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로 8만4000원을 제시했고, 신한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유지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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