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자발적 감산 해제할 경우
유가 현 수준에서 40% 넘게 폭락
'석유 카르텔'로 불리는 OPEC플러스(+)가 자발적 감산 조치를 해제할 경우 내년 원유 가격이 배럴당 4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유가정보서비스 업체 OPIS의 톰 클로자 글로벌 에너지 분석 책임자는 최근 "2025년 유가 (하락 압력)에 대한 두려움은 아랍의 봄 이후 그 어느 해 때보다 크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12% 상승한 배럴당 68.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강달러, 중국 수요 감소 우려에 지난 2거래일간 약 6% 빠졌다.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로 떨어진다는 것은 현 WTI 가격 기준 40% 넘게 폭락한다는 이야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2022년 8월 증산 이후 감산을 지속해오고 있다. 유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OPEC+ 모든 회원국에 할당된 하루 평균 366만배럴 규모 감산 조치는 내년까지 지속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OPEC+ 8개국의 하루 평균 220만배럴의 추가 자발적 감산은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
내년 원유 수요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월간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4개월 연속 하향 조정했다. OPEC는 내년 석유 증가 폭은 종전 하루 164만배럴에서 154만배럴로 낮췄다.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부양책 가동에도 내수가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 가운데 미국, 캐나다, 브라질, 가이아나 등 OPEC+ 이외 산유국들은 석유 공급량을 늘릴 태세다.
이에 OPEC+가 감산 제한 조치를 점진적으로 풀기 시작하면 시장에 공급 과잉이 발생해 유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MST Marquee의 사울 카보닉 선임 에너지 분석가는 "OPEC+가 수요와 무관하게 감산을 풀면 사실상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가격 전쟁이 벌어져 유가가 코로나19(세계적 팬데믹) 이후 볼 수 없었던 최저치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은행의 마르토치아 프란체스코 에너지 전략가는 "내년에 상당한 석유 재고가 쌓일 것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라고 말했다.
OPEC+가 자발적 감산 조치를 연장하더라도 향후 유가는 여전히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씨티그룹은 내년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평균 6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도 유가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취임 첫날부터 '드릴 베이비 드릴'을 시행해 에너지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에너지 물류업체 케이플러(Kpler)의 매트 스미스 수석 석유 분석가는 "(트럼프 공약이 실현되려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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