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특허판결 비상’ K-반도체]⑤소부장 기업 잡는 특허보증…"슈퍼을 소송걸면 제조사는 나몰라라"

시계아이콘02분 3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해외 장비사 영향력 절대적
특허분쟁 대비 정부지원 필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파트너인 소재·부품·장비업체들은 대형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할 때 특허 보증을 떠안는다. 자칫 특허 소송에 휘말릴 경우 제조사는 납품을 중단하고 특허에 책임이 없는 점을 문서로 확약하는 것이다. 소부장 기업들은 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소재나 부품 공급을 재개할 수 없다. 특허 보증이 소부장 기업에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허판결 비상’ K-반도체]⑤소부장 기업 잡는 특허보증…"슈퍼을 소송걸면 제조사는 나몰라라"
AD

반도체 소부장 업체 A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에 "대형 반도체 메이커와 공급계약을 맺을 때 특허 같은 지식재산권 부분에서 문제가 되면 거래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특허 보증 절차를 거친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이 공급업체에 귀속되는 것으로 규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장비업체가 특허 소송을 제기하거나 특허 침해 경고장을 보내면 메이저 중소기업 같은 경우는 계속 싸우고 저희 같은 작은 기업들은 ‘앞으로 판매 안 하겠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응할 인력이 없는 데다 소송 대응 비용도 막대해 사업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소부장 업체 B대표도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나 램리서치, ASML 같은 대형 장비사들은 상도의 차원에서 고객사인 파운드리 업체에 소송을 걸 순 없고 그 부품을 납품한 소부장 업체를 문제 삼는다"며 "대부분 기술은 특허로 보호받고 있어 후발 주자인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이를 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중소 소부장 기업들은 납품하는 제품이 제조사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경우 언제 어떻게 특허 공격을 받을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단순히 기존 기술을 복제하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일"이라며 "하지만 정말 새로운 기술이나 더 나은 부품을 개발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했다.


더 나은 부품을 개발해도 제조사들이 도입하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도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해외 장비사들은 반도체업계에서 ‘슈퍼을(乙)’로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반도체 제조사들은 장비사와의 긴밀한 관계가 없으면 최첨단 기술 도입이 어렵다. B대표는 "삼성전자나 TSMC에도 쉽지 않은 이야기"라며 "새 제품을 적용해 보려고 시도하더라도 해외 장비사가 딱 버티고 있다"고 했다.


A대표도 "공들여 개발한 부품을 내놓아도 해외 장비사들이 전기 신호나 소프트웨어 호환성 문제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반도체 업계 특성상 회사가 특정될 수 있어 구체적인 사례는 말씀 못 드리지만 우리 회사 주변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했다. "해외 장비사들이 기존 부품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해 기술적 제안이 쉽게 수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국 국내 소부장 업체들은 대형 제조사는 물론이고 ‘슈퍼을’인 해외 장비사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소부장 업체가 고래 싸움에 낀 새우처럼 어려운 약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부장 기업들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 협력 방식까지 비교한다. A대표는 "TSMC는 해외 장비사와 계약 초기 단계부터 중소기업과도 협력해 더 나은 부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며 "대체로 해외 장비사들은 타사 부품 사용을 꺼리지만 TSMC는 더 나은 제품이라면 위험을 감수하고 적용해 본다"고 했다. TSMC를 고객사로 둔 B대표도 "TSMC는 업그레이드를 은밀하게 진행해 장비사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기존 것을 빼앗은 게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라면 괜찮다는 의미"라고 했다.


[‘특허판결 비상’ K-반도체]⑤소부장 기업 잡는 특허보증…"슈퍼을 소송걸면 제조사는 나몰라라"

국내 소부장 업체들은 법적 환경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자칫 소송에 휘말렸다는 소문만 나도 내부 동요가 나올 수 있어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익명을 요구한 변리사는 "소송장을 회사가 아닌 대표이사 앞으로 직접 보내는 사례도 적잖다"고 말했다.


많은 분쟁이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소송에 대응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법적 방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비공개 소송 구조는 소부장 업체들이 특허 분쟁 정보를 공유하거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큰 한계로 작용한다.


백종웅 인트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미국에서는 누구나 소송 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소송 관련 데이터베이스도 활성화돼 있어 정보를 쉽게 확보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사건과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만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다"며 "실제 분쟁 중인 사건들은 뉴스에 보도되는 것보다 훨씬 많고 협상을 통해 비공개로 해결되는 경우도 상당수라 소부장 업체들이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특허판결 비상’ K-반도체]⑤소부장 기업 잡는 특허보증…"슈퍼을 소송걸면 제조사는 나몰라라"


전문가들은 해외 장비사 영향력 속에서 우리 소부장 업체들이 특허분쟁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소송에 휘말리기 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백 변리사는 "자체 개발한 부품을 출시할 때 특허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선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지만 우리 소부장 기업들은 특허에 대해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제품을 생각하는 단계, 제품을 구체화하는 단계, 제품을 완성하는 단계에서 경쟁 성격이 있는 특허를 따져보는 특허침해분석(Freedom to Operate·FTO)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만큼 특허 심사 강화 등 정부 지원도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D

국내 소부장 업체들이 대기업과 안정적으로 협력해 기술 도입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A대표는 "기술적 교류나 개선 사항을 논의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이런 창구가 제한적이지만, 협력사들도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