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진 반도체
"입법사항으로 대통령이라도 수정 쉽지 않아"
"韓 기업에 오히려 기회 될 수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당장 칩스법(반도체지원법) 폐지와 최대 20%의 보편 관세 등 강경한 통상 정책 가능성에 대한 업계에서는 부담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입법 사항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으로 반도체 관련 정책을 전면 수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과 함께 오히려 한국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사항은 반도체 보조금 축소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칩스법에 의거해 미국 투자에서 보조금 지원을 받지만, 칩스법이 축소되거나 보조금 지원 조건 등이 기존에 비해 국내 기업에 비우호적으로 결정되면 자금 압박 등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각각 64억달러(9조원), SK하이닉스는 4억5000만달러(62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했다. 동반 진출하는 한국의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보조금 대상에 포함된다.
트럼프는 꾸준히 칩스법을 비판해왔다. 그는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반도체지원법에 대해 "정말 나쁜 거래"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첨단 반도체에 보조금을 주지 않고 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뒤집는다면 이를 토대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 국내 반도체 기업은 기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원자재비 및 인건비가 급등해 비용 부담이 크게 올라 보조금 등 지원이 없으면 삼성전자(텍사스주)와 SK하이닉스(인디애나주)의 미국 공장 건립 비용은 부담이 더 커진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현재 반도체는 무관세로 전세계 거래가 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만 상계관세가 적용되는데, 최악의 상황엔 트럼프가 이 부분을 손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제재가 커지는 만큼 우리 기업에 미칠 악영향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우리한테 하는 것 이상으로 중국 견제를 할 것"이라며 "우선 레거시(범용)를 차단하고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들은 지금보다 탈중국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역시 "(한국) 반도체 산업에선 지금 구조가 크게 흔들릴만한 요인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도 연구원은 "트럼프가 관세를 도입하겠다는 말은 하지만 현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법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고, 대통령한테 그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며, 역사적으로도 거의 없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중간 경색을 신중하게 지켜보면서 국내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기조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현재 반도체 회사들이 잘 벌고 있는 분야로는 중국이 진출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회사들은 인공지능(AI) 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경쟁력 격차를 벌리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안 올라왔지만, 내년엔 이쪽도 올라갈 것"이라며 "이쪽에선 AI 관련 선두기업들이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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